판정부 "론스타 측 주장 모두 이유 없어…기각"
론스타가 한국정부에 제기한 ISD에도 영향 줄지 주목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14억43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한국정부를 상대로도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해 놓은 상황인 만큼 이번 소송의 결과가 ISD 판정에도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하나금융 등에 따르면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원고 청구내역을 전부 기각한다"며 "원고(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가 부담한 중재판정 비용 및 법률 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정문을 하나금융 측에 보내왔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16년 국제중재새판소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을 빙자하면서 매각가격을 낮췄다"며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론스타 측은 하나금융이 '매각가가 높으면 정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한 말을 문제삼았다.
2012년 2월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했던 외환은행 지분 3억2904만주(51.02%)를 매입했다.
당시 매입 대가로 하나금융은 계약금액 3조9157억원 중 국세청이 원천징수하기로 한 세금(3916억원)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받아간 대출금(1조5000억원)을 제외한 2조240억원을 론스타 측에 지불했다.
ICC 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주장을 모두 '이유없음'으로 기각했다.
판정부는 "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의 기망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으므로 본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론스타는 피고가 '가격인하 없으면 승인 없다'는 식으로 강박하였다고 주장하나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해 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판정부는 하나금융 측이 론스타를 기망했다는 론스타 측의 주장이 이유 없음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을 빌미로 론스타 측을 협박했다는 주장도 이유 없음으로 판단했다.
판정부는 이어 "피고는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론스타와 충분히 협력·협의하였으므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정 결과가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론스타는 ISD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시점 지연,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넘겼지만, 매각이 늦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이 완전승소했다는 것은 론스타 논리나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에 정부가 참여하는 ISD에도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국장은 "ICC와 ISD는 근거법도, 당사자도, 다루는 이슈도 모두 다른 소송이기에 ICC 결과와 관계없이 ISD 소송은 독립적으로,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ICC 판정문 결과를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