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화웨이 빈틈 생긴 日 방문, 1·2위 통신사 경영진과 협의
삼성 통신장비·스마트폰 점유율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삼성전자는 19일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현지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각각 만나 5G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일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현지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각각 만나 5G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틈새가 생긴 일본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뚫기 위해 본격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과 5G 상용화를 동시에 앞두고 있으나, 5G 서비스의 핵심인 5G폰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장비는 세계 1위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로 발이 묶이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5G폰과 통신장비를 모두 보유한 전 세계 유일의 업체인 삼성에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보여주는 '산업 키우기(Industry building)'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19일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현지 1·2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각각 만나 5G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5G 조기 확산과 서비스 안착을 논의했다"며 "일본에서 삼성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에 일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시장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도 일본에선 6위 브랜드(점유율 2.9%)다. 애플 아이폰(57.4%)의 인기가 압도적이고 샤프(8.1%), 소니(6.2%), 교세라(5%)와 같은 현지 브랜드에 밀린 탓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SAMSUNG)' 브랜드를 지우고 '갤럭시(Galaxy)'라고만 표기한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의 가전 사업 역시 0.1% 점유율의 굴욕을 맛보다 2007년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그러나 현재 5G 시장 상황은 삼성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애플은 아직 5G폰 출시 일정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 중에서 5G폰을 내놓은 기업은 아예 없다. 소니가 출시 계획이 있다고만 밝힌 상태다.

또 일본 4대 통신업체들은 지난 4월 5G 주파수를 배정받으면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정부에 밝혔다. 화웨이를 견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일본 NEC와 5G 통신장비 공동 개발 협약을 맺는 등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삼성은 도쿄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로서 갖고 있는 단독 마케팅 기회도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반등(反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지난 3월 도쿄 하라주쿠에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럭시폰 체험센터 '갤럭시 하라주쿠'를 방문해 현지 공략에 힘을 실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주력 개별 사업은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김현석 사장이 주도적으로 이끈다. 대신 △5G △AI(인공지능) △시스템 반도체 △자동차 전장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 전반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4월 유럽과 캐나다 지역을 돌며 AI 분야 글로벌 사업을 점검했다. 그해 2월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첫 해외 출장이다. 삼성은 이후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전 세계 7곳에 'AI센터'를 잇따라 구축했다.

지난달 30일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삼성은 앞으로 12년간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 2030년 세계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자동차 전장 사업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일본과 유럽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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