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회장·콜옵션·미전실 등 키워드 2100여개의 파일 삭제 확인
포렌식 통해 대부분 파일 복구한 것으로 전해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분식회계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만한 파일들을 그룹 차원의 지시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 통화 내용을 정리한 파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등 다수의 자료들이 포함됐다.

검찰은 파일 제목의 부회장이 이 부회장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핵심은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간 연관성 규명이 될 전망이다.

22일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를 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양모 상무(구속 기소)가 지난해 7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 이후, 삼성에피스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등 공용 폴더에 저장된 2100여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

바이오젠은 미국계 제약업체로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와 함께 합자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재경팀 직원들이 삭제한 총 1GB(기가바이트)에 이르는 파일들을 현재 검찰은 포렌식 작업을 통해 대부부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양 상무는 지난해 5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를 받고 재경팀에 ‘부회장, 합병, 상장, 미래전략실(사업지원티에프의 전신), 바이오젠, 콜옵션’ 등 검색 키워드를 주고, 영구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업무용 e메일을 삭제토록 했다. 

이 당시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심리하고 있었던 때였으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와 합자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한 바이오젠은 설립 당시 삼성에피스 지분 5.4%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바이오젠에는 약정된 가격으로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권리가 있었다. 콜옵션 행사를 통해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가질 수 있었다.

양 상무는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 30여명의 개인 휴대전화도 제출받아 문제가 될 만한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삭제는 지난해 12월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 관련 파일 삭제를 두고 삼성이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콜옵션 공시 누락 등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있었던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콜옵션의 존재를 숨겼으며 그 이후에는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변경을 주장하며 콜옵션의 존재를 공개했다.(본지 관련 기사 :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 지분 되사려 특별팀 꾸렸나?)

현재 검찰은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간 연관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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