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 상장과 바이오젠 '콜옵션'…이재용에 보고 정황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연관돼 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 상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혹의 핵심 열쇠인 '콜옵션'에 대해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를 받은 시기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있기 전인 2014년으로 그간 삼성 측은 이 기간 동안 콜옵션 부채의 구체적인 금액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해,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도 추진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24일 한겨례는 단독보도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바이오젠은 상장 전 본인들이 (보유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화로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콜옵션은 사전에 약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로 삼성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보고가 있었다고 알려진 시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기 전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과 관련해 그간 삼성 측은 2014년까지는 콜옵션 부채 규모를 평가할 수 없어 나스닥 상장 계획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바이오젠은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와 합자해 15(바이오젠) : 85(삼성)의 지분비율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를 통해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감사보고서(회계년도 2014년)를 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을 우발부채로 주석에 공시했다.

우발부채란 과거의 거래로 현재 기업의 자원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으로 지불해야할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하기 어려울 때 계상하는 것으로, 이는 통상 재무상태표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우발부채로 계상함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제보자를 통해 입수한 삼성 측 내부문건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를 1조8000억원으로 평가했으며 이를 부채로 계상할 경우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돼 삼성에피스의 지배구조를 변경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콜옵션 부채를 평가할 당시인 지난 2014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의 부채 총계는 5863억원이었으며 자본 총계는 7731억원이었다. 

1조8000억대의 부채를 계상하면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데 합병비율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이 거의 없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였다. 

지난해 금감원 조사에서 삼성바이오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케이피엠지(KPMG) 소속 회계사들은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서를 제공받았다. 이를 검토한 결과 회계장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조사에서 말을 바꿔 "콜옵션 계약서를 받은 적이 없다. 삼성 쪽 요구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 곳인 에프앤자산평가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 측의 요구로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에프앤자산평가가 의견서를 작성해준 시점이 실제 작성일인 '2015년 말' 이 아닌 '2014년 말'로 조작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초 사업보고서(2014년 회계연도) 작성 때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잡지 않은 이유에 대한 증빙자료가 필요해, 사후에 신용평가사 의견서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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