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57명 "아이쿱 생협, 이자 제시하고 조합원 돈 1000억원 모집…유사수신"
생협 "조합원은 불특정 다수 아닌 만큼 이는 유사수신 아니다"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생협이 '유사수신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24일 이모씨 등 아이쿱생협 조합원 57명은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쿱생협의 유사수신행위, 은행법, 협동조합법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해달라"는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아이쿱생협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시중 은행보다 높은 5∼6%의 이자율을 제시하며 조합원 수백명에게서 차입금을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차입금은 아이쿱생협 자체 사업이 아닌 생협의 자회사나 관계사 등에 쓰였다"고 조합원들은 말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은행법·저축은행법 등에 의한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에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으로 약속,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수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들은 "아이쿱생협의 관계사·자회사 공시의 '조합원차입금' 항목을 근거로 2012년 이후 이런 식으로 생협이 조합원에게서 차입한 금액이 1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공시되지 않은 업체의 차입금을 더하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조합원들은 강조했다.

아이쿱생협의 이런 행위가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조합원들은 진정서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진정에 참여한 이병훈 노무사는 "아이쿱생협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차입금 모집 같은 금융사업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조합은 홈페이지에서 차입금을 모집해왔으나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4월께 이 항목을 삭제했다. 자체적으로 문제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유사수신 행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것이어야 하는데, 생협이 모집한 출자금은 조합원들로부터 온 것으로 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출자금과 비례해 주주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반 주식회사의 주주와 달리 생협의 조합원은 출자한 돈의 액수와 관계없이 모두 1표의 권리을 받는다"며 "이들이 추가 출자할 유인이 부족해 소정의 이자를 지급해서라도 사업 자금을 모집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생협은 농산물 수매 자금 등을 마련해 조합의 고유 목적 사업을 한다"며 "사업 건당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수매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시중의 적금 이자보다 조금 높은 이자 지급을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생협과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에 노사 분쟁이 있는데, 조합원 진정을 주도하고 있는 이병훈 노무사는 그 곳 노조의 대리인"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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