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바…삼성에피스 분식회계 통해 대출 받은 정황 포착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구속 영장 기각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임원 2명은 구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이용, 상장 및 부정 대출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검찰은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부풀린 뒤 이를 제시해 부당하게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 대출을 내준 시중은행들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대출이 적정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앞서 지난 2016년 감사보고서(회계연도 2015년)를 통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지배형태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4조5436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계 제약업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역시 높아져, 지배력 상실에 따라 회계를 변경한 것이라 주장해왔다.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합자(삼성바이오 85 : 바이오젠 15)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에는 약정한 가격으로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검찰은 삼성 측이 회계변경이라 주장하고 있는 이 행위를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가 이렇게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이용해 대출을 받을 것이 사기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재무재표에 반영하기 전인 2015년 이전의 대출 건도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 감사보고서(회계연도 2014년)를 통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을 우발부채로 주석에 기재했다. 

우발부채는 현재의 의무로 인해 미래에 기업의 자원 유출이 예상되지만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하기 어려워 주석으로 기재되며 장부상 부채로 계상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의 부채 총계는 5863억원이었으며 자본 총계는 7731억원이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부채로 처리하지 않음에 따라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해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난 삼성 측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를 1조8000억원으로 평가했으며 이를 부채로 계상할 경우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돼 삼성에피스의 지배구조를 변경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여서 지분을 넘겨야 하는 회사의 회계장부에는 부채로 잡혀야 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장부에 부채로 계상하지 않고 자본잠식 상태를 숨긴 가운데 받은 대출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부풀려진 재무상태를 기반으로 이뤄진 일종의 증권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풀려진 재무제표로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삼성바이오 상장 자료를 분석 중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금융투자상품 매매에서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표시해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태한 구속영장은 기각·사업지원티에프 임원은 구속

이런 가운데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의 증거인멸 혐의 관련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前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 2명의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여졌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 인멸 등이 그룹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즉 그룹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검찰의 수사 방향과 그 결이 같다.

26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 대표의 영장 기각 사유는 "작년 5월 5일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하 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위세에 눌려 증거인멸을 한 것 같다", "이렇게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같은 김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원은 김 모·박 모 삼성전자 부사장(사업지원티에프 소속)의 증거인멸 혐의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 등 계열사 전반에서 드러난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 법원은 이를 지시하고 주도한 것이 계열사 수장(김태한 대표)이 아닌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라는 검찰의 수사 방향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속 영장이 발부된 2명의 임원이 소속된 곳은 사업지원티에프이며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은 사업지원티에프를 총괄하는 수장(팀장)이다.

정 사장은 지난 1990대 미국 하버드에서 이 부회장과 함께 유학했으며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던 당시 가장 자주 면회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박 부사장을 구속 직후인 25일 불러 증거인멸을 지시한 경위와 보고 체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팀장인 정 사장의 소환 시기도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이제 이 부회장의 턱밑까지 압박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그 이후 증거임멸 등 일련의 과정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고 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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