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영국 사례 반면교사로 제시하며 "당장 지키려다 더 크게 잃을 수 있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남아 있는 10만 조선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현대중공업 노사와 지역사회 등이) 현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IBK 창공 부산 개소식 참석차 부산을 방문 중인 최종구 위원장은 31일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작년 같은 조선업 활황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올해 발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전반적인 예측이고 실제로 그렇다"고 말했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기관인 클락슨(Clarksons)의 3월 기준 세계 조선업 수주전망에 따르면 한국 주력 선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올해 발주량 전망치는 작년 9월 대비 30% 이상씩 급 하락했다. 

최 위원장은 이 전망치를 인용,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이 앞으로 좋아지는 밑바탕이 돼야지 더 어려워지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그는 "5년 전 20만명에 달하던 조선업 근로자가 현재 10만명으로 줄었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조선업 구조 재편은 남아 있는 10만명의 일자리라도 지키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노조의 움직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장 지키려 하다 결과적으로 더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영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며 "2차 대전 후 조선산업의 패권국가였던 영국의 조선업 노조는 용접기술 개발 등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력하게 저항하다 결국 산업 자체가 몰락하고 일자리도 모두 사라졌다"면서 "우리도 그런 전철을 밟을지 여부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우리 하기 나름"이라면서 "회사와 노조, 지역사회 모두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을 최종 의결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071만4630주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으며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를 서울로 옮긴다. 신설 자회사의 사명은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본사는 울산에 두기로 했다.

신설 자회사 현대중공업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맡게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실사를 마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31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현대중 노조원들이 집회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노조 측의 반발도 거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아 주주총회는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노동조합의 농성을 피해 주총장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