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콜옵션 부채 측정 어려워 부채 계상 안해" 그간 주장
삼성바이오, 바이젠과 합자해 삼성에피스 설립 직전 작성된 보고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콜옵션 부채 상황별 가치 측정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 있는 검찰이 분식회계 수사의 핵심 단서인 '콜옵션'에 대한 추가 정황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삼성 측은 지난 2015년 감사보고서(회계연도 2014년)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설립의 합자회사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의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장부에 부채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 측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 콜옵션을 구체적으로 평가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사업지원티에프의 전신) 소속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보고서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할 주요 증거로 보고 수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 측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지분율 변화 수준별로 삼성에피스의 미래 수익성을 계산했다. 

▲현재(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 ▲콜옵션 행사(삼성바이오 50%+1주, 바이오젠 50%-1주) ▲바이오젠 지분 매입(삼성바이오 100%) 등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출자액과 기술료, 콜옵션 행사액, 배당금, 법인세,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등을 구체적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2년 2월 삼성바이오가 미국계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자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하기 3달 전인 2011년 12월에 작성됐다.

삼성에피스는 삼성바이오 85%·바이오젠 15%의 지분 비율로 설립됐다. 다만 바이오젠은 원하는 시점에 약정된 가격으로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콜옵션 행사를 통해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보유할 수 있었다. 

이 콜옵션은 향후 시세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어 바이오젠에는 자산이 되지만 반대로 삼성바이오에는 부채가 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2015년 이전인 2014년에 이 콜옵션을 장부상에 우발부채로 표기했다. 

우발부채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회사의 자원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무를 현재 가지고 있지만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어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고 장부의 부채로 계산하지 않는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이 콜옵션을 장부상 부채로 계상하지 않아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부채는 최소 1조원대로 추정된다. 2014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의 부채 총계는 5863억원이었으며 자본 총계는 7731억원이었다. 이 콜옵션을 장부상 부채로 반영하면 삼성바이오는 즉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다. 결과적으로 이 콜옵션 부채 누락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일조했다.(제일모직 1:삼성물산 0.35) 

지난 2014년 3월 말일 기준, 제일모직의 주당순자산가치(순자산/발행주식수)는 5만9032원이었으며 삼성물산의 주당순자산가치는 169만834원이었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투자 타당성 분석 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하자, 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조작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 작성자는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작성 시점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로 바꿨다. 또 10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20~30쪽 분량으로 대폭 축소하고 콜옵션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그간 삼성 측은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이 포착한 정황은 그간 삼성 측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의도적인 콜옵션 부채 누락이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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