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홍콩 현지 생산 법인서 페이퍼 컴퍼로 '통행세' 및 '리베이트'
반복되는 '페이퍼 컴퍼니' 활용…내부통제실패와 사건 은폐 의혹

LG전자 홍콩 주재 직원이 유령회사를 차려 30억여원 이상의 금액을 빼돌린 사실이 알려져 LG전자의 내부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LG전자 측은 사건 발생 후 약 3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이 사건의 발생 시기는 또다른 직원 횡령 건이 드러난 시점에서 약 1년 뒤다. 

이때라도 곧바로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면 더 빠르게 횡령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의 횡령 등 도덕적 해이 문제와 함께 LG전자 측의 내부 관리부실 문제가 지적된다.

또 LG전자 측이 직원 횡령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형사고소가 아닌 수사당국이 인지수사로 사건 수사가 진행된 점을 보면, LG전자 측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가능해 보인다. 

최근 인사이트코리아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LG전자 홍콩 주재 직원들은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차리고 부품 공급 단계 중간에 이 회사를 끼워 넣었다. 이를 통해 '통행세'와 리베이트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원화로 환산하면 30억여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최소 10억원 이상은  되는 걸로 알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남용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구본준 (주)LG 고문이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

홍콩 현지 생산법인 직원 페이퍼컴퍼니로 '통행세' 및 '리베이트' 챙겨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의 보도에 의하면 당시 LG전자 홍콩 생산법인에 근무하고 있던 ㄱ씨는 소속은 LG전자였지만 따로이 A법인을 세웠다.

당시 LG전자는 중국에 있는 제조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매입, ODM(제조자 개발생산) 업체로 하여금 완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도록 했다. ㄱ씨는 부품 제조업체와 ODM업체 사이에 자신이 설립한 A회사를 '제품 구매사'로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사문서 위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현지 부품업체들에 "A사는 LG전자와 같은 회사"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LG전자가 A사를 제품 구매사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거짓 문서를 발송했다.

ㄱ씨는 부품 납품업체들로부터는 기존의 가격으로 납품받고 이를 ODM업체에 넘길 때는 단가를 부풀려 차액을 빼돌렸다. 이에 더해 ㄱ씨는 ODM업체 선정을 대가로 리베이트까지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LG전자 직원의 조력도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ㄱ씨와 LG전자 전 직원 1명, 또다른 조력자 1명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이들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통행세'와 '리베이트'로 이들은 챙긴돈은 30억여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페이퍼컴퍼니' 활용 패턴

LG전자 직원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돈을 챙긴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홍콩 횡령 건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10년 LG전자 시스템 에어컨 사업부 엔지니어링 기획팀 소속 팀장과 팀원 당해 5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유령회사를 세워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3억1000여만원을 챙겼다. 

또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국책카드로 결제한 뒤 구입처에서 대금 70%를 돌려 받는 식으로 3억6000여만원을 챙기는 등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

이 사실은 지난 2012년 10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박근범 부장검사) 수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LG전자의 관리부실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LG전자가 이때라도 내부 점검을 강화했다면 홍콩 생산 법인의 '통행세' 및 '리베이트'를 즉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 일을 홍콩 사건이 벌어지고서 3년 후에야 알았다.

게다가 홍콩 건은 LG전자의 형사 고소가 아닌 당국의 인지 수사를 통해 조사가 이뤄졌다. 인지수사란 수사당국이 직접 범죄의 단서를 찾아 수사를 시작하는 기법을 말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홍콩 사건)은 인지수사를 통해 이뤄졌다"며 "회사의 내부 점검이 있었던 시기는 2014년 4월, 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것은 9월"이라고 말했다.

내부점검은 4월, 인지수사는 9월…왜 형사고소 안했나?

LG전자의 내부 점검이 시작된 시기는 당국 수사 시작 시점 보다 앞서 있지만 수사는 인지수사로 시작됐다. LG전자가 홍콩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감출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감추려 했다면 민사소송을 왜 진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형사 절차 진행이 안돼, 민사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2017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LG전자는 해당자 3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 측도 피해를 본 만큼, 이를 복구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를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LG전자도 회사 내에 피해액이 발생해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는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LG전자의 내부 단속 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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