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5일 구속
재판부 "증거인멸…범죄혐의 소명된다"
'윗선' 향하는 수사…이재용 최측근 정현호 소환 임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혐의와 관련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던 삼성전자 재경팀의 부사장이 5일 구속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과 관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5일 구속됐다. 구속된 부사장은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인 옛 미래전략실(現 사업지원티에프) 출신으로 그룹의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규명 중인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안모(56)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前 미래전략실) 부사장,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회계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은 삼성바이오인데, 왜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구속됐을까.  

재판부는 삼성전자 재경팀 이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그룹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검찰은 안·이 부사장이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과 대책 회의를 열어 회계 자료·내부 보고서 인멸 방침을 정한 뒤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 회의가 있기 4일 전인 지난해 5월 1일은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행정 조치 및 검찰 고발 등을 알리면서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가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검찰은 안·이 부사장의 지시로 삼성바이오가 회사 공용서버 등을 공장 마룻바닥에 숨기고, 직원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VIP', '합병' 등의 단어를 검색해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부사장은 모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구속된 이 부사장은 재무통으로 삼성바이오 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 전반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소속 김모(54) 부사장과 인사팀 박모(54) 부사장이 구속된 바 있다.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은 증거 인멸이 의심되는 시기인 지난해 5월에는 전무였으며 안·이 부사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안 부사장 구속 영장 기각에는 유감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결정하고 지시한 상부 임원이 더 큰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안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구속 영장이 기각된 안 부사장은 사업지원티에프 내 지분매입티에프(별칭 프로젝트 오로라)의 담당자로 알려져 있다. 지분매입티에프는 지난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비밀리에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매입티에프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획득했을 때 삼성바이오가 지분을 되사오는 방안을 논의한 프로젝트다.

검찰이 앞서의 대책 회의의 주도 추제가 지분매입티에프인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실무를 담당했던 안 부사장에 대한 수사를 보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업지원티에프는 지난 2016년 공식적으로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알려졌다. 이 곳을 이끄는 총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유학 시절을 함께한 동문이다.

향후 검찰은 정 사장을 소환,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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