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證 "CERCG ABCP 관련 실무자 금전 수수 사실…경찰 조사 협조"

최종 부도처리된 중국 회사채를 유동화해 국내에 판매한 한화투자증권의 직원이 해당 어음을 발행한 이후 중국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 금전수수 혐의 부분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 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되자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일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사는 주관사가 아닌 자산 관리자일 뿐"이라며 "SAFE(중국외환국) 등록은 ABCP가 발행된 이후에 등록이 가능한 사후 절차"라고 말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정황으로 미루어, 주관사가 아니라면 왜 실무 직원이 돈까지 받아가며 해당 유동화 어음을 판매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찰 역시 중국외환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급 보증이 되지 않는 어음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등이 뇌물을 받고서 이 사실을 묵인, 판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한화투자증권과 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실무자가 어음 발행 이후 계좌를 통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로부터 3~5억원 가량의 돈을 받아, 나눠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중국 에너지 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홍콩 소재 역외 자회사 CERCG캐피털의 달러표시 채권 1억5000여만달러(한화 약 1646억원)을 담보(기초자산)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발행했다.

이 ABCP에는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KT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이 총 1645억여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담보가 됐던 CERCG캐피털의 채권이 지난해 11월 부도처리되면서 시작됐다. 담보 채권이 부도 처리됨에 따라 이를 근거로 유동화된 해당 ABCP역시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해당 어음의 규모가 컸던 만큼 부도에 따른 파장도 컸다. 

현대차증권은 한화투자증권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 역시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증권사는 당초 현대차증권이 유사시 해당 어음을 되사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부도 처리된 이후 현대차증권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공식 입장문을 통해 "CERCG ABCP라는 유동화증권을 '사모'로 발행했기 때문에 자산관리자일 뿐이며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주관회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SAFE 등록 문제나 CERCG의 공기업 여부에 관해서도 현대차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이 아니다"라고 당시 주장했다.

10일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SAFE 등록은 '사후 등록'으로 지급보증 효력과는 무관하다"며 "현재 CERCG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 사후 승인이 유보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ABCP 발행 전 신용평가회사에서 CERCG 회사채에 대해 투자적격등급인 A0를 부여했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에 대해서도 신용평가회사 두 곳에서 모두 투자적격등급인 A20를 부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고 금융사간 소송전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실무자들이 해당 중국 업체로부터 금전을 수수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기초 채권이 지급 불능 되면서 이를 유동화한 어음 역시 부도 처리됐다.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 경우 본사인 CERCG의 지급 보증이 유효하다. 지급 보증을 위해 SAFE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자본 유출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통제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앞서의 관계자의 말처럼 이 어음에 대해 SAFE는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을 승인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CERCG 등의 회사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지만 중국 정부의 외화 반출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이를 보증된 채권으로 내세우며 해당 채권을 불완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해당 실무자들이 이 어음이 CERCG의 지급 보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며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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