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및 관련 증거인멸 가담 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사장이 12일 오전 2시경 17시간에 걸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사를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의혹을 규명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사장을 소환,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검찰은 정 사장에 증거인멸 혐의를 두고 구속 영장 청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 역시 머지않았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는 17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12일 오전 2시경 정 사장은 검찰청사를 묵묵부답으로 빠져 나갔다.

전날인 11일 오전 9시경부터 정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에 피의자로 출석해 검찰의 조사에 임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의혹 관련 행정 제재와 검찰 고발을 예고한 직후인 5일 정 사장이 대책회의에 참석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사업지업티에프가 증거인멸을 주도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에피스 직원들이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등 민감한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지원티에프는 회사 공용서버와 직원 업무용 컴퓨터·노트북을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숨긴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지난 1990년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공식 해체된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정 사장은 미전실에서도 경영진단팀장·인사지원팀장을 지냈으며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후신인 사업지원티에프로 복귀한 유일한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이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가 주도해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을 비롯해 사업지원티에프 김모(54) 부사장과 인사팀 박모(54) 부사장 등 삼성전자에서만 현재 임원 5명이 구속된 상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지난해 5월10일 삼성전자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에서 열린 회의에 대해 "판매현황과 의약품 개발과 같은 두 회사의 중장기 사업추진 내용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증거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를 추가 조사할지, 즉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사건의 본질인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도 정 사장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사장이 구속될 경우,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 역시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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