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에 보이스아이 바코드 삽입 놓고 엇갈리는 의견
"기술력 안돼" VS "현재 기술로 충분히 구현돼"

한화생명이 보험을 가입하려는 시각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장애인의 편의 증진에 무관심하다는 지적 역시 함께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 보도를 보면, 한 시각장애인 ㄱ씨는 "약관에 보이스아이 바코드를 삽입해 달라"는 요구 등을 무시한 한화생명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이스아이 바코드란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2차원 형태의 바코드다.

민원인 ㄱ씨는 "보험약관에 보이스아이 바코드를 삽입하는 것은 지난해에도 요구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ㄱ씨는 금감원으로부터 민원검토회신문을 받았다. 민원검토 회신문에서 한화생명은 "보험약관에 보이스아이 바코드 삽입 제공은 지연되고 있어 최종 제공일자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19일 <일요경제>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ㄱ씨가 지난해부터 도입을 요구한 보이스아이 바코드는 현재 기술력으로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이스아이 바코드는 온라인 스크린이든 지면이든 물리적인 형태로 2차원 바코드가 제공되고 인식기(스마트모바일의 카메라·인식앱 등)가 있다면,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들려 준다.

음성변환 바코드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보이스아이 바코드는 육안으로 봤을 때, 굵기가 다양한 다량의 선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선 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도형들이 밀집돼 있으며 그 도형들에 많은 정보들이 저장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위면적당 저장량을 최대로해 보험사 약관에 들어가는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바코드로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화생명에 시각장애인 편의 증진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이 시각장애인을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민원과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18일 "한화생명 측으로 민원이 매우 많이 들어온다"며 "확인해보고 연락 주겠다"고 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한화생명의 민원 발생 건수는 각각 1004건과 1112건이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23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민원 발생 건수는 308건이었다.

18일 또다른 통화에서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이스아이 바코드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보통 약관에는 도표나 수식이 들어가는데 이를 음성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현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개발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의 업계 관계자의 얘기는 한화생명의 설명을 궁색케 하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또다른 통화에서 "도표나 수식의 모양(형태)을 음성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요한 것은 도표나 수식의 내용인데, 내용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음성으로 변환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음성으로 변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민원에서 ㄱ씨는 텔레마케팅(TM·TeleMarketing)을 통해 한화생명 치아상해보험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며 "음성녹취로 자필서명을 대체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결국 가입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측은 금감원의 민원검토 회신문에서 "보험가입에 있어 자필서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기는 하지만 해당 고객의 경우 이런 절차로 인해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며 결국 ㄱ씨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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