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격화 땐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자도 못내"
"미·중 무역분쟁 격화 땐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자도 못내"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6.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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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무역 분쟁 격화 상황 가정…테스트 결과 발표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4곳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부담하지 못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국내 기업의 30%가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한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좌초 직전인 '한계기업'은 14.1%나 된다.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부감사 공시 2만1213개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5.9로 전년(6.3)보다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낸다. 즉, 기업이 돈을 벌어 빌린 돈의 이자를 얼마나 잘 갚았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7.5, 중소기업은 2.5다. 호황을 누렸던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3.9로 2015년(3.5) 이후 가장 낮았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성장 둔화, 수출 감소, 투자 부진 등을 이자보상배율 하락 배경"이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32.1%에 달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가 반등했던 당시 이 비중은 25.9%였다. 2014년 31.7%까지 높아졌다가 2016년 28.4%로 낮아졌지만, 2017년 다시 29.7%로 다시 높아졌고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8∼2009년 매출·경영 측면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 (이 비중이 더 컸을 것)"이라면서도 관련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대기업(23.6%)보다 중소기업(34.0%)에, 업종별로는 조선(54.9%)·자동차(37.8%)·숙박음식(57.7%)·부동산(42.7%)에 집중됐다.

2014년과 비교하면 조선(39.9%→54.9%)·자동차(27.9%→37.7%)·전기전자(34.0%→37.7%)·숙박음식(53.3%→57.7%)에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커졌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째 1에 못 미친 기업은 20.4%, 3년째는 14.1%로 전년 대비 각각 1.4%포인트와 0.4%포인트 상승했다. 3년 연속 1 미만이면 통상 이를 한계기업이라 부른다.

민좌홍 국장은 "작년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비용이 오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익성 악화가 주요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돼 기업 매출에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질 경우(매출액 3% 감소, 주력 수출업종 6% 감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다.

결과를 보면 5.9인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5.1로 더 낮아졌다. 대기업은 7.5에서 6.6으로, 중소기업은 2.5에서 2.2로 각각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32.1%에서 37.5%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의 비중은 32.1%에서 38.6%로 상승한다.

한은은 무역 분쟁에다 집값 급락이 함께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 금융회사들이 받을 충격 역시 분석했다.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2.0%와 3.3%씩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하는 상황이다.

소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갔다. BIS 비율 규제 기준치는 10.5∼11.5%다.

상호금융 순자본비율(8.4%→7.7%), 저축은행 자기자본비율(14.3%→11.2%), 신용카드사 조정자기자본비율(22.9%→18.0%) 모두 하락했다.

한은은 "무역분쟁 심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규제 수준을 상회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해 복원력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규제 기준보다 낮아지는 곳이 생길 수 있다"며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에서 은행으로의 '전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테스트 결과를 보면, 회사채수익률과 주가 등 자산가격 변동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61.2%에서 156.5%로, 증권사 자본비율은 598.7%에서 419.3%로 대폭 하락했다.

자료-한국은행/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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