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측의 항의 전화 한통에 노동조합이 '불편한가'?

현재 롯데손해보험(대표자 김현수·롯데손보)은 투자목적회사(SPC) 빅튜라로의 피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롯데손보는 당초 사모펀드 JKL파트너스(JKL)로 피인수될 예정이었다. 

JKL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매수인으로서의 지위 및 권리와 의무를 지난 19일 투자목적회사(SPC) 빅튜라에 이전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런데 매수인 지위 이전 공시가 있기 전 JKL이 여전히 롯데손보의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당시 한 가지 풍문이 돌았다.

JKL이 롯데손보의 인수를 마무리한 뒤 영업조직을 제외하고 김현수 대표이사를 포함한 조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최근 한 언론사 보도로도 기사화됐으나 이내 그 기사는 사라졌다.

JKL은 사모펀드다. 통상 사모펀드는 피인수 회사 노동자의 안위보다는 펀드의 수익성을 더 우선한다. 피인수되더라도 회사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일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썰'을 취재했다.

결론적으로,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인력 구조조정 '썰'을 확인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요경제>의 취재 과정에서 취재진의 머릿속에 강하게 와닿은 것은 롯데손보 노동조합이 회사 측의 이른바 '친 기업 성향의 노조'가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었다. 

본지 기자는 지난 21일 인력 구조조정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롯데손보 노동조합을 찾았다.

롯데손보 노동조합 부위원장과 사무국장은 해당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이어 "이 얘기가 아마도 JKL 파트너스 측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며칠전 JKL파트너스를 방문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재 JKL파스너스와 롯데지주 측에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등 인력 조정이 있을 경우,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서를 제시한 상황"이라며 "이 내용을 JKL파트너스와 롯데 지주 측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부정했다.

이에 기자는 이 소문에 대해 통상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손보 홍보실과 JKL파스너스 측에도 확인했고, 한 롯데손보 직원에게도 확인했다. 이들 모두 이 소문을 부인했다.

이 소문을 확인할 수 없어, 기사화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 노조 부위원장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부위원장은 "우리에게 한 얘기를 사측에도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본지 기자는 "통상 취재할 때, 여러 곳에 확인을 하는 것은 취재의 기본이다"며 "사측에도 구조조정 소문에 대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위원장의 이후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이 내용으로 본지의 취재가 들어온 것에 대해 사측에서 노조에 전화해 항의했으며, 이에 노조는 이 사측의 항의 전화가 대단히 불편하다는 기색을 기자에게 내비쳤다.

'항의 전화를 받은 것이 불편했나'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부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는 롯데손보 노조에 취재 요청도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왜 사측으로부터 온 항의 전화가 노조를 불편하게 했을까. 본지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여러 측에 해당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다.

사측의 항의 전화 한통에 롯데손보 노동조합이 이렇게까지 불편해 한다는 것은 롯데손보 노조가 다소 사측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통상 자본을 출자한 측으로 대표되는 주식회사 법인에 소속돼,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사측보다 주도권에서 상대적 열위를 나타낸다. 한국은 자본이 다른 생산요소보다 우선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여서 더욱 그러하다.

이에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헌법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이른바 '노동 3권'을 보장한다. 사측의 항의 전화 한 통에 노동자가 불편해선 안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서 이보다 더한 경우에도 헌법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요경제>가 노조 부위원장과 24일 또다른 전화 통화에서 '사측이 무슨 말을 했기에 불편했는지, 또한 노조가 왜 불편해 하는지'를 묻자 그는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한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실 관계자에게도 질문을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측의 항의 전화 한통화가 불편해서,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불편하다'고 항의하는 노조 부위원장, 왜 이정도로 노조가 사측의 눈치를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손보 노동조합은 인수할 회사의 인력 구조조정 소문에 민감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가.

소문의 진위 여부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앞으로는 취재요청도 하지 말라는 롯데손보 노조에 "예. 앞으로 그러겠습니다"라고 답을 할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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