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회장 통화 보고’ 등 삼성에피스 삭제 문건 확보
삼성에피스 합작사 바이오젠 부회장과 직접 협상 문건도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지분을 되사오는 방안을 직접 논의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콜옵션과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지분 재매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를 규명할 핵심 키워드로 이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5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수사 과정에서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가 2014년 11월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재매입하는 계획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내용이 정리된 문건을 확보했다.

또 검찰이 확보한 문건을 보면,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6월 미국 현지 바이오젠 본사 부회장과 통화에서 지분 재매입 계획을 설명하고 논의한 내용이 나온다. 검찰은 '부회장 통화 결과 보고' 등 문건을 복구하거나 확보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 미국계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85:15의 비율로 삼성에피스를 합자, 설립했다. 

당시 바이오젠은 약정된 가격으로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 주식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삼성 측은 삼성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바이오젠이 콜옵션(약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지분 재매입 관련 보고를 받고 바이오젠의 부회장과 직접 통화해 이 사안을 논의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삼성 측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이를 다시 사오려 했다. 즉, 삼성 측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놓을 계획이 없었다는 얘기다.

삼성 측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지배구조를 변경, 4조5000억원대의 평가차익을 실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지배력을 잃게 돼, 이에 회계를 변경한 것"이라 설명해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있기 전인 지난 2014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었던 걸까.

이번에 나온 정황으로 2015년과 같이 2014년에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2014년 삼성바이오는 이 콜옵션의 존재를 주석에 표기했을 뿐, 재무재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콜옵션은 바이오젠에는 자산이지만 삼성 측에는 부채로 계상된다. 콜옵션을 숨겨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후 2015년 9월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제일모직1 : 삼성물산 0.35)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였다. 

검찰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에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 측이 콜옵션의 존재를 감추고 이듬해에는 이를 공개하는 방식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은 삼성 측이 '회계 변경'을 주장할 수 있는 명목일 뿐, 실질적으로는 삼성 측이 바이오젠과의 협상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유리하도록 상황을 관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역시 '관리'의 삼성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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