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뿐 아니라 거시경제,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경제 어려운 것을 왜 모르고 있겠는가. 거시경제 흐름을 간과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씀 드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수출 둔화에 정부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경기가 나쁘면 금리를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한은 설립목적을 보면 물가안정, 거시경제, 금융안정도 고려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도 유례없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했는데도 저인플레이션을 못 벗어나고 있다"며 "물가안정 목표제를 신축적 목표제로 이해하면 되고, 이 목표제 아래에서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밑도는 0.6%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또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봤다.

대외여건 변화에 한은이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추가로 내릴지를 두고는 "7월 전망 때까지 3주 시간이 있으니 위 요인의 전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시장에서는 7월 혹은 8월에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기대가 있다. 이런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금리 인하에 대해 창립기념사 때와 같은 입장인지 궁금하다.

창립기념사를 발표한 이후에 시장에서 기준금리 기대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앞으로 한국은행은 불확실성 전개 방향과 그것이 경제의 성장과 물가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대외여건이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외 리스크 요인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7월 전망 때까지 3주 시간이 있으니 이러한 요인의 전개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다.

중앙은행이 물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신중론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인가.

어느 쪽을 택하겠다고 단언적으로 말하기에는 곤란하다.

한은이 비공식적, 비공개적 물가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있다. 소통 측면에서 대안적인 지표를 개발할 생각 있는가.

한은과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기조적인 물가 흐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큰 노력을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물가지표를 개발해 참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경기 민감 물가도 있고 그에 대해선 저희가 이전에도 정보를 드린 것으로 안다. 이런 지표가 정보 변수로 활용되는 것은 효율적인 통화정책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 지표를 소비자물가를 대체하는 지표로 활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가안정 목표제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대상 지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지표를 대상으로 활용한다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인지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적이냐 아니냐 평가할 때는 금리 이외에 유동성 사정 등을 평가하기도 한다. 실질 통화량과 금융상황지수를 통해 금융 여건을 평가해 보더라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본다.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 인플레이션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당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를 밑도는 낮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이후로 넓혀본다면 금년 중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낮은 물가는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영향, 공급측 요인 그리고 정부의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 있다고 본다.

주요국도 제로금리, 여러 가지 양적 완화 등 유례없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폈으나 저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물가안정 목표제를 신축적 물가안정 목표제로 이해하면 된다. 신축적 목표제하에서는 물가만 보는 게 아니고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낮아졌는데 금리 인하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 것이라고 보는가. 금리 인하가 소비를 유발할 것인지 궁금하다.

원론적인 답변을 드린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조정했을 때의 효과는 금리를 조정하고 결정 시점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중앙은행과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시장 기대의 변화에 따라 미리 나타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리를 결정한 이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도 있다. 특정 방향으로의 금리 조정을 전제로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전 경제학회장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상반기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주장은 한쪽 면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가 나쁘니까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한은 설립목적이 물가안정만 있는 게 아니고 거시경제, 금융안정도 고려하게 되어 있다. 지난 11월에 금리를 올릴 때도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 있다는 판단에서 올렸다.

경제 어려운 것을 모르는 바 아니며 거시경제 흐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씀드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근 회동한 적 있는가. 예전에 김동연 전 부총리 시절에는 회동했던 것 같다.

우선 부총리와 회동 횟수를 갖고 정부와 중앙은행 소통으로 연결하지는 말아달라. 지금 정부와 중앙은행은 회의 등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 부총리와 해외 출장을 같이 가는 경우가 있다. 출장을 가면 그때마다 회의를 갖고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현재 통화정책이 여력이 있는 수준인가

과거에 성장률, 물가가 높을 때 기준금리를 높게 운영했던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때는 1.25%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현재 두 번 올려서 1.75%가 됐는데 과거 기준으로 본다면 현 수준이 여유가 많다고 볼 순 없다. 미국도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나 경기침체가 오면 통화당국의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종합하면 현재 기준금리를 본다면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여력이 아주 많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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