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자본 총액 1000억원 증가 왜곡 효과…분식회계 의혹
금융당국 "사안 중대하면 조사 착수해 관련 조치도 가능"

한화투자증권이 사업보고서 공시 오류를 범했다. 이 오류로 단 3개월만에 1000억원대의 자본 총계가 갑자기 증가되는 왜곡 효과가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이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사업보고서를 보고 투자 판단을 하는 투자자들의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전망이다. 

또 1000억원대의 자본 총계가 증가됨에 따라 단기간 내에 재무 건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잘못 표현돼 혹여나 의도성이 입증된다면 '분식회계'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화투자증권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재무상태표(개별)와 자본변동표·주석(개별)에 기재된 지난해 말 기준 이익이여금 잔액이 차이를 보인다. 재무상태표에 이익잉여금은 150억으로 기재돼 있지만 자본변동표에는 1005억으로 기재돼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잔액을 2017년 말 이익잉여금 잔액에서 그대로 가져온 실수"라면서 "이익잉여금 잔액은 1005억이 맞다"고 공시 오류를 인정했다.

틀린 공시를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오류가 단기간 내에 재무 건전성이 좋아진 듯한 착시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이익잉여금을 1005억으로 기재해야 하지만 150억으로 기록하며 자본 총계가 왜곡됐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지난해 말 8722억이던 자본 총계가 올해 1분기 9737억원으로 늘어났다. 즉 3개월만에 1000억여원 이상의 자본이 증액됨 셈이다. 

이를 보고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는 반드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이는 '분식회계'로 볼 여지도 있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의 실수로 빚어진 단순 오류"라며 "관련 기관과 해당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오류로 재무 건전성이 왜곡됐으며 '분식회계'로 여겨질 소지 마저도 있지만 '단순 실수'로 넘기는 한화투자증권 측의 가벼운 대응 태도에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정을 진행하고 있는 관련 기관이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관련 기관이라고만 들었다"며 "어디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공시 오류를 수정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확인해 봤다. 금감원의 공시와 관련된 부서들은 한화투증권이 공시 오류를 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금감원의 유관 부서는 회계 심사국과 공시 심사실이다.

공시 심사실 관계자는 "한화생명 측이 심사실 쪽으로 공시 오류를 알린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회계 심사국 고위 관계자 역시 "심사국으로 한화투자증권이 해당 오류를 알린 것은 아니다"라며 "한화투자증권 측에 확인해 보니 오류를 수정해 정정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정공시 사항을 검토해 그 오류가 중대하면 조사에 착수해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이 금감원 전자공시에 불성실하게 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에도 베트남 법인의 유가증권을 취득한 사실을 지연 공시해 한국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 조치를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7일까지 '늑장 공시'에 대한 이의 제기나 사유를 소명해야 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또한 직원의 실수"라며 "이의 제기한 것 없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당국에 사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불성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후 '투자 유의' 또는 '관리 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 역시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사업보고서 등의 공시가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만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상장사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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