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달 서울 잠실에서 소공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명예회장은 올해 97세다. 

2일 롯데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은 법원의 거처 이전 결정에 따라 지난달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49층에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타워) 34층으로 거쳐를 옮긴 후 건강이 나빠졌다. 특히 지난주부터 불안 증세를 보이며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으로, 이날 오후 종합적인 검사를 위해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롯데 관계자는 "고령에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하다 보니 적응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며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 명예회장의 입원 소식을 접하고 이날 병원을 찾아 부친을 문안했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의 건강악화가 지속될 경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처로 사용해 오다 2017년 8월 해당 건물이 전면 개보수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월 롯데월드타워 49층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소공동 롯데호텔의 신관 공사가 마무리되고 이그제큐티브타워로 재탄생되자,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신 명예회장이 소공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가정법원도 이를 수락했다.

이에 고령인 부친의 거처를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전시켜 자신의 영향령을 조금이라도 키우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할 시,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점거해 부친을 상대로 각종 위임장과 계약서, 임명장 등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