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미중 무역 마찰 장기화 우려·미국 금리인하 확실시
3년1개월 만의 인하조치·성장률 전망도 하향조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5%로 0.25%포인트 내려갔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데다 일본과의 통상 마찰까지 불거지며 경기 부진 가능성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한은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이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총재 이주열·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6년 6월(1.25%로 0.25%포인트↓)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시장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한은은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왔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인하 응답률은 30%였다.

이날 금리 인하는 향후 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이를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발표될 수정 전망치는 2% 초반, 또는 2% 가까운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분기 역성장(-0.4%)에 이어 2분기 반등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으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기준금리 동결을 밀어붙이기에는 성장 둔화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입장을 밝힌 이상, 금통위가 내달 30일 열리는 회의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존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 의회에서 이달 말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미리 반영해 한은도 금리를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여러 가지 경제여건이 변화했다"며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맞추어 한은에서도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공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금리를 섣불리 더 내렸다간 경기대응 여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 최근 집값의 불안 조짐 등에 따른 신중론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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