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 손배소 재판서 "소멸시효 지났다" 주장…근거 묻자 관계자 "잘 몰라"
법원 "한투증, 피해액 8860만원 중 7090만원 배상하라"

사진-연합뉴스

한국투자증권의 전 직원이 고객의 돈을 임의로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책임이 회사에도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판결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은 직원이 돈을 빼돌린 회사를 믿고 자금을 맡길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하다.

최근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한투증·대표이사 정일문)은 예전 고객이었던 ㄱ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한투증에 ㄱ씨가 손해본 피해액 8860만원 중 709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투증 전 간부였던 박씨(47)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고객 ㄱ씨의 예탁금 계좌에서 총 12회에 걸쳐 8860만원을 빼돌렸다. 

당시 박씨는 은행에 근무하던 여동생을 통해 ㄱ씨 몰래 서류를 위조, 허위 계좌를 만들고 ㄱ씨의 돈을 이곳으로 무단 이체했다.

박씨는 2010년 또다른 ㄴ증권사로 이직하면서도 본인이 직접 관리하던 고객인 ㄱ씨에게 ㄴ증권사로 예탁금을 이체하도록 권유했다.

이후로도 박씨는 총 140여차례에 걸쳐 ㄱ씨의 돈 10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이때까지도 자신의 예탁금이 빼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박씨는 계좌 잔고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 ㄱ씨에게 확인시켜 주는 방식으로 수년간 범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ㄱ씨가 박씨를 통해서가 아닌 다른 경로로 주식 보유량이 감소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박씨는 뒷덜미를 잡혔다.

박씨는 횡령한 돈의 대부분을 생활비나 빚을 상환하는데 썼고, 일부는 개인 투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ㄱ씨는 지난 2009년 당시 횡령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한투증에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한투증이 횡령 사실을 알았더라면 10억여원의 추가 피해금액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투증 측은 재판에서 박씨의 횡령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고객 ㄱ씨가 이미 2013년 당시 박씨의 횡령행각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 소멸로 사라진다. 만약 ㄱ씨가 2013년 당시에 박씨의 횡령사실을 알았다면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지나 법적효력이 끝난다.

<일요경제>가 한투증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한투증 측이 '피해자가 2013년에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하는데 따른 근거가 있는지를 묻자 관계자는 "잘 모른다"면서도 "내부 사정상 말하기 어렵다"는 상호 모순된 말을 전해왔다.

재판부는 "ㄱ씨가 예탁금 일부금을 인출받는 당시 박씨의 횡령 행각을 알았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종합해보면 ㄱ씨는 지난해 1월쯤 박씨의 횡령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내부적 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투증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이행한다 하더라도 직원의 횡령 소식에 고객들의 신뢰는 금이 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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