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우린 현금인출기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화물차 기사들을 집단으로 해고해 도마에 올랐던 농협물류 안성농식품 물류센터에서 농협 계열사 관리자들이 수년간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갈취해온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농협 등에 따르면 경기 평택의 한 인력 공급 용역업체인 ㄱ사는 2017년 3월부터 농협중앙회 계열사 중 한 곳인 농협파트너스(옛 협동기획)와 계약을 맺고 안성 농협물류에 상하역 작업 인력을 공급해왔다.

2년 4개월여간 인력을 공급했던 ㄱ사는 농협파트너스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바치고, 요구가 있을 대마다 수시로 돈을 주거나 향흥을 제공해 총 1억여원을 갈취당했다고 폭로했다.

ㄱ사 관계자는 "2017년 3월께 처음엔 장어를 사서 직원들과 나눠 먹겠다며 100만원을 요구하더니 이후 버섯이나 장뇌삼을 사서 (윗선에) 나눠줘야 한다며 계속해 돈을 요구했다"며 "그러더니 '이런 방식으로 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돈을 달라'고 해 매월 평균 300만원가량을 뜯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달라는 대로 돈을 부쳐줘야 하는 입장에 처하니 마치 은행 현금인출기가 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상납 초반에는 매월 10일을 전후해 안성 물류센터 인근의 커피숍 등에서 현금을 직접 전해주다가 나중에는 계좌로 이체해줬다며 돈을 보낸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했다.

또 관리자급 직원인 ㄴ씨가 문자 메세지를 보내 수시로 돈을 요구하면 이체해 줬다는 것이다.

ㄱ사 관계자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농협파트너스 관리자들이 인력관리의 전권을 갖고 있어서 금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ㄴ씨는 상납금을 윗선에도 전달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밖에 ㄱ사는 ㄴ씨에게는 법인 소유 차량(SM520)을, 또다른 관리자급 ㄷ씨에게는 렌터카(그랜저IG)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ㄴ씨는 "(내가)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 현장에 갑자기 인력이 필요해 ㄱ사에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인연이 돼 ㄱ사가 정식 하청업체가 됐고, 이 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이해하고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받은 돈의 규모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ㄱ사측이 그렇다고(1억원가량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농협파트너스는 ㄴ씨와 ㄷ씨를 대기발령 하는 한편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파트너스 관계자는 언론에 "금품을 수수한 현장 직원들에 대해서는 감사를 진행해 불법행위가 발각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내부통제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3월 말 안성 농협물류는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화물차 기사 81명을 무더기로 계약 해지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4월 26일 시위를 벌이던 기사들과 전원 재계약, 운송료 5% 인상, 장거리 운행수당 확대·차량 연령 제한 연장 등에 가까스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배차 담당 직원이 기사들로부터 돈을 뜯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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