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정부부처, 주요 경제단체 등 첫 회의 열어
文대통령 대응에 기업들 돕는 것 한일 갈등 사태 해결 도움 되
日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품목 의존도, 수입액 기준 91.9%

일본 정부는 오는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오는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대한민국 백색국가 제외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오는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31일 밝혔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이달 4일부터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에 이어 전자·정밀기계·화학 등 국내 핵심 산업 전반에 걸친 1100여 개 핵심 품목의 수입까지 어려워진다. 일본 각의에서 처리된 개정안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서명과 아베 신조 총리 연서, 나루히토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시행 예상시점은 8월 하순으로 예상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2004년 아시아권 국가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됐던 한국은 15년 만에 수출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며, 일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로 서방권 국가들로 채워진 26개 국가만을 화이트리스트로 두게 된다.

이번 백색국가 제외에 대비해 여야 5당과, 정부부처, 주요 경제단체, 양대 노총 등은 31일 국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 출범식과 함께 첫 회의를 열었다.

민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7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을 표명해서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돕는 것이 지금 한일 갈등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재 분야 투자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산업지형이 적지 않게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전기·전자, 석유화학, 에너지중공업, 자동차 등 분야의 핵심소재에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을 공급선 다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본은 이달 4일부터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인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회로를 식각할 때 사용하는 '불화수소',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OLED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품목에 대한국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폐지했다. 이들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올해 1~5월 수입액 기준 91.9% 에 달한다.

여기에 백색국가 배제가 현실화하면 일본산 전략물자를 수입하려는 한국 기업은 서약서와 사업내용 등을 상세하게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일본은 무기 전용가능성이 있는 전략물자를 무기 제조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수출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제도를 일컫는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따라 민수품이라고 해도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은 개별 물품마다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 기업 역시 수출을 위한 서류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고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품목별 심사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개별허가에는 90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입에 영향을 받을 주요 품목으로는 반도체웨이퍼, 공작기계, 탄소섬유 등이 거론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웨이퍼 또는 소자의 측정용' 품목의 대일본 수입 의존도는 67.5%에 달했다. 또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일본산 수입 비중은 무려 82.8%였고,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직접회로 조립용 기계'의 일본산 비중도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등 우리나라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생산 시설 건립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일본의 패널 생산 증착장비 제조사인 캐논도키를 찾아가 장비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일본 장비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시설 증설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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