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계열사 2억원대 착복 직원 해직…관리자들도 연쇄 징계처분
농협 중앙회 "계열사 대표 직무정지·최고책임자 회의 대책 논의"
일각 "낙하산·보은 인사 등 구조적 문제…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농협적폐 청산 및 농협중앙회 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7.6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농협적폐 청산 및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 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농협물류 안성농식품 물류센터에서 농협 계열사 관리자급 직원들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돈을 뜯고 향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이 회사 소속의 또다른 직원이 수억원대의 용역비를 빼돌려 해직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비위 행위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농협 직원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농협의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 엎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월부터 농협파트너스(옛 협동기획)와 계약을 맺고 안성물류센터에서 물류 상하차 작업 인력을 공급하던 하청업체 ㄱ사는 지난해 말 회계처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농협파트너스로부터 지급된 용역비가 ㄱ사가 요청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ㄱ사는 2017년 3월부터 현장에 투입돼 같은 해 연말에는 만 1년이 되지 않아 지난해 연말 처음으로 회계 처리를 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니, 농협파트너스 소속 관리자급 직원이 중간에서 ㄱ사가 제출한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를 회사에 신청해 ㄱ사가 돈을 받으면 이 중 일부는 돌려받는 수법으로 횡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ㄱ사는 올 1월 농협파트너스 상위 계열사인 농협네트웍스 감사실에 내부 고발했고, 농협네트웍스는 3개월간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농협파트너스 소속 직원 ㄴ씨는 2년여 동안 이런 수법으로 2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네트웍스는 올해 2월 ㄴ씨에게서 2억여원을 환급받은 뒤 3월 ㄴ씨를 해직 처리하고 관리 책임을 물어 팀장, 본부장, 상무, 전무 등도 줄줄이 징계 처분했다.

ㄴ씨는 "2억여원 중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사실 8000만원 정도였다"며 "나머지는 영업장 내에서 상품 파손 등 사고가 났을 때 계통을 밟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하청업체로부터 용역비를 환급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협파트너스 관계자는 "안성 물류센터에서 난 일련의 사건 때문에 다른 지역에 근무하던 관리자급 직원을 안성 센터로 배치해 정상화하는 등 쇄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농협 계열사의 비위 행위가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경신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활동가(농협 노조위원장)는 "농협이 민간 업체 영역에까지 몸집을 부풀려 계열사를 줄줄이 만들면서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일부 계열사에는 임원급에 적정한 인재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낙하산 인사, 인맥에 의한 보은 인사 등이 이뤄지다 보니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리 관행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안성물류센터 사례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