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이어 정동영 예방…정동영 "제도·법 바꾸는 개혁노력 부족"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방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예방을 받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흔들림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제가 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그 약속을 드리겠다"면서 "목표는 일관되게 유지하고, 수단 측면에서 조금 더 열어놓고 검토하는 그런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선 "최근에 굉장히 약화한 노동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노동과 관련된 기본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데, 지금의 상황 속에서 필요한 조치에 대해 한시적으로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는 그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부처가 다 그런 기조"라고 부연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중점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대해선 "혹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각의에서 결정한다면, 정부가 다각도로 준비해 왔던 내용을 자세하게 국회와 국민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 집행 과정에서 여러 패착이 있고, 결국은 대기업 성장전략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면서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했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이 다 줬다가 뺏는 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노동계도 원망이 크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면 해준다 해도, 기업이 책임질 일은 무엇인지 그 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급한 김에 재계 요구를 무분별하게 들어준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 재벌편향이 강해졌다고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은 삼성·현대에 대한 지원"이라며 "삼성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눈앞 이익에 급급해 중장기 투자를 안 했는데 정부가 23조원씩이나 지원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뼈 있는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진보 진영에서 오래 몸담은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심 대표님과 꽤 오래됐다"고 인사를 건네자 심 대표가 "심상정 정부에서 일하기로 약속해놓고"라며 농담으로 되받았고, 심 대표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에 거듭 우려를 표하자 김 실장이 "제가 2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아시지 않느냐"고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예방했다.

김 실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단기적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을 극복한다면 오히려 한국 산업구조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공업교육, 기술교육이 큰 몫을 했다"며 "지금 (이 분야 교육의) 사회·경제적 위상이 굉장히 낮아졌는데, 근본적으로 한 번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정부가 개혁정부라는 이름을 역사에 남겨야 하지 않나"라며 "제도를 바꾸고, 법을 바꿔야 개혁인데 그 점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좌)과 정동영 대표(우)
김상조 정책실장(좌)과 정동영 대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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