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거부 카드 검토 중
일본의 역사 해석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양국간 냉기류 지속 예상

컴퓨터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가 본격화한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있는 제품에 대해 대한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국가'(수출절차 간소화 혜택 인정)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정부 역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양국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긴급뉴스로 전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앞서 일본은 군사 목적으로 수출 품목들이 전용될 수 있다며 안보 문제를 내세우며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지하고자 하는 모순적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왔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맞서 북한 핵 미사일 정보 공유를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한국 정부가 협정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에 핵심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사안이 종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국가간 청구권 협정으로 사(私)인의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일본의 해석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에 양국 관계는 장기간 냉기류가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