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싱가포르가 외국인투자는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처럼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FDI 유치에서 싱가포르는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FDI 유치를 위해서는 우리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FDI는 외국인이 경영 참가와 기술 제휴 등 국내 기업과 지속적 경제 관계를 수립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보고서는 국가 경제규모가 FDI 유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FDI가 상당한 수준임에 주목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와 세계은행,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AT커니 등이 발표한 FDI 유입규모별 국가 순위(2013년 기준)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FDI 유입규모가 637억 달러로 중국(3478억 달러), 미국(2359억 달러), 브라질(809억 달러), 러시아(793억 달러), 홍콩(766억 달러)에 이어 6위다.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는 21%로 이 부분에서 홍콩(28%), 아일랜드(23%)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싱가포르보다 경제규모가 4배가량 크지만 FDI 유입규모가 122억달러로 21위에 머물렀고, GDP 대비 FDI 비율은 1%에 불과해 싱가포르와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처럼 싱가포르가 FDI 유치에 있어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유연한 노동시장, 낮은 규제, 적은 세금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 코넬대 자료 등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경우 싱가포르는 임금결정 유연성 5위, 고용해고 용이성 3위인 반면 한국은 각각 61위, 81위에 올라있다.

조세 투자 유인력 부문에서는 싱가포르는 4위, 한국은 104위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싱가포르의 조세율은 최고 법인세율 17%, 최고 소득세율 20%로 각각 22%, 38%인 한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납세 행정규제 절차와 소요 시간 역시 한국이 싱가포르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싱가포르가 FDI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 분야의 경우 싱가포르의 의료 관광객은 2002년 20만명에서 2010년 73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해 2009년 6만여명에서 2011년 12만여명으로 늘어난 한국에 비해 규모 면에서 한참 우월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우리의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싱가포르에 뒤지는 것은 지나친 진입규제 때문이라고 봤다.

주식회사형 민간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비영리의료기관 설립만 허용하고 있어 규모가 영세하고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현종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의료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과 외국인 환자의 병상 수 제한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예상되는 부작용은 사전에 보완해 영리의료법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싱가포르가 다양한 형태의 영리교육법인 설립을 허용, 해외 유수 대학과 연구소 등을 유치하며 교육 서비스산업에 있어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며 한국도 영리법인 설립과 다양한 형태의 법인 허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외국기업 투자로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월드 센토사 등 세계적 복합 리조트업체를 유치한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비효율적 진입·영업 규제로 복합리조트 서비스 산업도 지지부진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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