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의혹, 다툼 소지 있어…"손실 위험 제대로 고지 안해"
우리·하나은행, 대규모 손실 예상에 대응책 고심 중

사진-연합뉴스

독일과 영국의 채권 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 대규모 손실이 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손실 위험을 고객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소송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국내영업 부문장이 주도하는 영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의 동향을 점검하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영업점의 고객 응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법무법인과 함께 DLF 투자자 관련 소송에도 대비하고 있다.

우려를 빚고 있는 DLF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파생결합증권(DFL)에 투자한 상품이다.

파생결합증권이란 유가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이 결합한 증권으로서,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증권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상품을 올해 3∼5월에만 1250억원어치를 팔았다. 만기는 4∼6개월로 매우 짧아 다음달 19일부터 올해 안에 모두 만기에 도달한다.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4~5%의 수익이 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금리가 -0.3% 이하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원금의 80%가 손실이 나고 -0.7%를 밑돌면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할 당시에는 기준치를 상회했지만 하락하는 추세이긴 했다. 종가기준으로 3월 1일 0.1863%에서 5월 31일에는 -0.1998%까지 내렸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원금 손실 폭을로 진입한 것은 6월부터다. 지난달 4일에는 -0.3963%를 기록했다. 이후 반등해 그달 12일 -0.2100%까지 올랐으나 다시 하향했다.

13일 장중에 -0.6135%까지 내려갔다.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 만기를 맞이하면 설계된 구조상 원금의 80%가량이 증발한다.

하나은행도 DFL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부터 자산관리(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투자상품부장과 PB사업부장, 실무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렸다.

하나은행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품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9월 말 이후 판매한 DLF가 손실 위험에 처했다. 현재 잔액은 3900억원가량 된다.

이 상품은 배리어(barrier) 60%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받고,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보도록 설계됐다. 

만기 때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59%가 됐다면 입게 되는 손실이 4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으로 삼은 금융상품의 금리가 가입 시점에 1%였다면 만기에 금리가 1%의 60%인 0.6%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0.6% 아래로 내려갔을 땐 최소 41%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미 판매된 상품의 만기는 1년 또는 1년 6개월로, 일부 상품은 다음달 말 만기가 도래한다.

손실이 예상되면서 불완전판매 의혹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이들 은행이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손실 위험이 있다는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외국의 국채 금리와 연동된 상품이지만 판매자의 불충분한 설명으로 고객이 국채에 투자한다고 오해하고 상품에 투자했을 여지도 충분하다.

이번 상품과 관련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1억원 이상 투자한다고 하면 고액자산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전세금이 만기가 돼 잠시 몇억원이 생겼는데 만기가 4∼6개월이라고 해서 잠시 예치할 용도로 맡겼다가 손해 볼 위기에 놓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구 변호사는 "창구에서 '지금까지 손실이 난 적이 없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지금까지 손실 안 났다'고 안내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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