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우리·하나은행 이번 주 중 조사 예고
고위험 상품, 안전자산으로 속여 팔았는지 여부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약 1조원어치가 팔린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를 최근 마쳤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이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대거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 등의 혐의를 두고 조만간 합동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DLF 대규모 손실 사태를 사기 논란을 빚었던 키코(KIKO) 사태와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DLF와 관련한 서면 실태조사를 완료, 이 결과를 이튿날 국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발표할 계획이다.

DLF는 금리·환율·실물자산·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의 만기 지급액이 미리 약정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슈인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를 편입한 펀드다.

이들 국가들의 금리가 시장의 예측과는 반대로 급락하며 DLS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며 문제는 불거졌다.

한 예로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하는 DLS가 있다.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독일·영국 등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채 금리도 급락,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이런 상품은 거의 1조원 가량 판매됐으며 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은 만기가 4~6개월로 짧고,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홍보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 퇴직금과 전세금 등 자금을 짧은 기간 맡겨 놓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르면 이번주 중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하면서 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행위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이 국채 금리에 연동된 이 상품을 안전한 '국채 투자'라고 호도하거나,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고 홍보하며 판매했을 수 있다고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에 대해서도 적정성을 따져 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가리고 피해자 구제에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당국의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또한 은행의 경영진이 실적을 목적으로 실무자들에 불완전판매를 종용했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철저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여러 민원 건이 이미 금감원에 접수된 상황이다. 따라서 검사와는 별개로 분쟁조정 절차 역시 진행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이후, 관련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DLF사태가 사기 논란을 빚었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키고 역시 기준치를 밑돌 경우 손실이 급격히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선 해당 은행도 평판 리스크를 무겁게 여기는 것으로 안다"며 "금감원과 은행들이 물밑 조율 중일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