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서 대거 판매된 1조원대 DLF 증발 위기에 법적 소송 예고
금융감독원 현장실사 및 분쟁조정·법정 대응 함께 진행될 전망
금융권 관계자 "은행, 해당 상품 정확히 모르고 팔았을 가능성 높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1조원 규모로 판매된 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와 DLS(파생결합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 해당 상품을 대거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해 서면실태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이들 은행에 현장실사를 나갈 전망이다. 당국은 이 은행들이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았거나 저위험으로 속여 판매한 것으로 의심하고 실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금융소비자단체 역시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사진-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대거 판매된 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DLF는 금리·환율·실물자산·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의 만기 지급액이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0일 "은행에 DLS 투자자 피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소장에서는 은행장의 관리 책임, 지점장과 판매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고객에게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한 DLF·DLS를 소개하면서 "이 기간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4∼5%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일부 창구에서는 과거 금리 흐름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며 "앞으로도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판매 당시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소개된 이 상품은 사실상 상황에 따라 원금 전부를 잃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단적인 사례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하는 DLS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독일·영국 등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채 금리도 급락해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왔다.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를 계속해서 내리면서 투자금이 반토막 나거 전액이 증발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조 대표는 "영국은 소비자에게 너무 불리한 상품은 금융당국이 제대로 여과를 하고, 미국은 일단 자유롭게 판매하도록 한 다음 암행으로 불완전판매를 잡아내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한다"며 "한국은 '서류에 사인했다면 그만'이라는 식의 당국 설명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법무법인 한누리도 지난 9일부터 은행에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 참여자를 모집해 현재까지 10여명이 모였다. 참여자는 대부분 고액 자산가가 아닌 퇴직금과 전세금 등을 단기간 맡겨 놓은 일반 투자자다.

송성현 한누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할 것이고 도가 지나쳐서 사기로도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며 "가장 가까운 만기가 다음 달 19일이지만, 이미 속아서 투자했다고 생각해 중도환매를 하고 참여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서면실태 조사를 마쳤다. 당국은 조만간 중 두 은행에 대한 현장 실사를 나간다.

당국 역시 이들 은행에 대해 해당 펀드를 판매하며 고위험 투자임을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혐의를 두고 실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여러 건의 민원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국의 실사와 민원 접수에 따른 분쟁조정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적 소송도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수뇌부도 DLS 상품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연계증권(ELS)도 위험한 상품인데 금리에 연동하는 DLS는 은행이 절대 소매에 팔아서는 안 될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들은 수익률 상단은 제한되지만, 기준치를 밑돌았을 때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금융감독원/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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