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투자자 중 상당수 의사·회계사·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고액 투자자, 검찰 송치 후 법령위반금액 1~4% 과태료 처분 예정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의 상가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을 구입하면서 외국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의 상가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을 구입하면서 외국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해외로 몰래 돈을 빼돌려 부동산을 사들인 자산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환치기 등을 통해 몰래 말레이시아 휴양지 조호바루의 전원주택 등 고가 부동상능 사들인 고액 자산가들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의 상가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을 구입하면서 외국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재활 전문병원 원장 A씨는 최근 말레이시아 휴양지 조호바루에 있는 5층짜리 상가 2채와 아파트 1채를 구입했다. A씨는 이 사실이 세무당국에 알려지면 세무조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해외 부동산 대금을 송금하면서 은행에 신고하는 절차를 고의로 생략했다. A씨는 계약금, 중도금 등 3억7000만원을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불법 송금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조호바루는 말레이반도 최남단 조호주에 있는 휴양 도시로 최근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분양대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수차례 TV 방송과 국내 인터넷 매체에 말레이시아 부동산 광고를 내고 서울과 부산의 유명 호텔에서 투자 세미나를 여는 등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범행을 주도한 알선업자 A씨는 말레이시아로 송금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국내은행에 개설된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부동산 대금을 입금하게 하거나 아예 국내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아 직접 밀반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A씨가 불법 송금한 액수는 108억원에 달했다.

또한 국내 중견 건설업체의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부장인 B씨는 한국인 파견 노무자들의 급여를 현지에서 링깃화로 전달받아 A씨가 유치한 투자자들의 부동산 대금을 납부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건설사 노무자들의 한국 급여계좌를 알려줘 입금받는 방식으로 15억원 상당의 환치기 송금을 했다.

일부 투자자는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때 부동산 구입대금을 여행경비인 것처럼 속이려고 1000만원씩 나눠 갖고 나가기도 했다.

세관은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견기업 대표, 대기업 임직원 등 자산가들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조호바루에 신규 분양 중인 부동산을 매매차익이나 노후준비 목적으로 사들이면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A씨를 통해 구입 자금을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자녀 명의로 계약해 편법 증여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며, 말레이시아 현지에 설립한 위장회사(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기까지 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세관은 범행을 주도한 알선업자 A(40)씨와 불법 송금을 도운 건설사 직원 B(51)씨, 10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 15명 등 17명을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고 법령위반금액의 1~4%를 과태료 처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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