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이후 한일간 첫 군사 협정인 지소미아…3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시민들 "옳은 결정" VS "안보 우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을 종료하는 결정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동석한 자리에서 당국자들과 1시간 가량 토론을 한 후 이 결정을 재가했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인 '지소미아는 결국 2년 9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 당국은 안보 우려를 들며 한국을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의 결정으로 한일 간 신뢰가 훼손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결정을 두고 시민들은 '옳은 결정이다'라고 주장하는 측과 '안보가 우려된다'라고 주장하는 측으로 양분돼,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22일 오후 6시 20분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부는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1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 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문 정부의 면밀한 검토 끝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이례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찾아, 이 총리에게 지소미아 관련 대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3시 개최된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최종적으로 논의한 끝에 '종료'를 결정했다.

이후 상임위원들은 청와대 여민1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문 대통령에 이 결정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는 이 총리도 동석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상임위원들과 1시간 가량을 토론을 거친 뒤 이 결정을 재가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참석한 만큼 사실상의 NSC 안보 관계 전체회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발표를 전후해 여야 지도부를 찾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데 대해 이해를 구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전달하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관련해 설명했고, 오늘 NSC에서 재협상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면서 "미국과도 NSC 직전에 사전 공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전날에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지소미아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결정에 대해 미국 측은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질문에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한일)은 모두 미국의 대단한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우리는 그들이 함께 진전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에도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최근 방한한 미 고위당국자들은 한국 측에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을 놓고 한국의 시민 사회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성향 시민 단체는 올바른 결단이라는 입장이고 보수 성향 시민 단체는 안보 문제를 지적했다.

박석운 아베규탄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결정 이후 "촛불을 든 국민들의 승리"라며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고 나섰던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환영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 대통령으로서 올바른 결단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규탄을 향한 국민들의 움직임이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도 "지소미아 파기를 뒤늦게라도 결정한 것은 다행스럽다"며 "박근혜 정부 때 국회나 국민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체결된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역사·경제적 문제에서 출발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소미아는 내용상으로 보면 한미일 안보체제인데 한일 간 역사·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이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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