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향하던 비행 중, 日 여아 호흡곤란 발생
승무원, 30여분 동안 하임리히법 응급조치로 생명구해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 응급조치를 통해 기내에서 호흡곤란으로 생명에 위험에 처했던 일본 국적 어린이를 극적으로 구해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 보잉 787-9(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87-9(사진-대한항공)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 35분 서울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739편 보잉 777-200 항공기 기내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했다.

12세의 일본인 여자 어린이 승객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은 것이다. 옆에 앉은 승객의 아버지가 환자의 입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놀란 어머니는 큰 소리로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긴급상황을 파악한 승무원은 즉시 승객의 상태를 확인했다. 당시 환자는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이 심해졌으며, 이 상황이 지속되자 얼굴이 창백해지며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에 승무원은 양팔로 환자를 뒤에서 안 듯 배꼽과 명치 중간 사이를 주먹 등으로 세게 밀어 올리는 압박을 가해 이물질을 빼내는 '하임리히법'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 차례 응급조치를 가했지만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안내방송을 통해 기내에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당시 항공기에는 의사가 탑승하지 않았다.

사무장은 호흡 정지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뇌사 및 사망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승객을 일으켜세운 후 응급조치를 계속했다. 30회 이상의 강한 압박으로 승무원의 팔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기적은 일어났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는 순간 승객의 흉부 쪽에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작게 들림과 동시에 코와 입에서 '후우'하는 소리가 난 것이다. 이에 승객의 호흡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승객이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기내 뒤쪽 빈 공간에 눕힌 뒤 승객을 보살폈다. 승객은 승무원의 질문에 고객을 끄덕이는 반응을 하는 등 빠르게 정상적으로 회복했다.

승무원이 환자 부모와 입 안의 이물질을 확인한 결과 승객의 기도를 막은 것은 빠진 어금니였다.

사무장은 즉시 운항승무원을 통해 휠체어를 탑승구에 대기시킬 것을 오사카 지점에 요청했으며, 기내 좌석 중 비어있는 가장 앞쪽으로 승객 일행을 앉도록 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오후 6시 23분 착륙 후 승객은 부축 없이 스스로 걸어나오는 등 상태가 호전됐지만, 즉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안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약 30여분의 긴박한 시간 동안 KE739편 객실 승무원들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에 대비해 꾸준하게 훈련을 거듭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모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정기 안전교육을 통해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 등 기내 응급처치와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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