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최창원 부회장·채동석 부회장 참석
특조위 "살균제 안정성 확보 안 됐는데 판매"

가습기살균제 위험성이 제기된 지 8년이 된 가운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과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다만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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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한 번이라도 확인했더라면"…진상규명 청문회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1부 기업분야 세션에서는 최창원 부회장과 채동석 부회장 등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질의가 오갔다.

SK케미칼은 1994년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처음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애경산업은 2002년 SK케미칼에서 원료를 구매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개발 단계부터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제대로 된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청문회 심문위원으로 참석한 안종주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1993년 유공 바이오텍 사업팀에서 처음 가습기살균제 개발에 착수했고 서울대 수의학과 이영순 교수에게 독성물질이 흡입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의뢰했다"며 "그러나 유공은 이 교수가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판매를 시작했다. 보고서에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고 나왔음에도 제품을 판매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 역시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는 동안 기업이나 정부에서 안전을 한 번이라도 확인했다면 이런 참사가 생기지 않거나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SK·애경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배상은 재판 결과 후"

SK와 애경 측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최 부회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받고 고통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며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진일보된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도 "진심으로 사과하며 모든 죄는 저희 쪽에 있다"며 "제 생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관심을 갖고 피해자분들과 소통하고 협의해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상계획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최 부회장은 "판결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아직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SK케미칼이 상장사인 것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했다.

채 부회장은 "저희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고 애경이 부도덕한 기업은 아니다"라며 "저희 회사도 상장돼 있고 재판도 시작됐다. 저희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너무 극단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된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사찰 등에 대해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재판 중이어서 말하기 어렵다", "보고받은 적 없다" 등의 발언을 하며 대답을 회피해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과 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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