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공대위 "이 사태, 불완전판매 아닌 사기"
사기 혐의로 하나은행 등 검찰 고발 예정

'깡통 DLF 논란'을 일으킨 KEB하나은행 등이 향후 금리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음에도 실적을 위해 이 내용을 숨기고 판매를 강행, 이는 불완전판매 수준을 넘어 '사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2일 <일요경제>가 복수의 금융 전문가를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깡통 파생상품'으로 1조원대 대규모 손실이 발생 될 것으로 예상되는 DLS는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으로 금리가 하락해 한쪽이 손실을 봤다면, 금리 하락시 수익이 나는 방식으로 약정한 증권에 가입한 또다른 쪽이 그 손실만큼 이익을 보는 구조로 설계됐다.

DLF(파생결합펀드)는 이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한 펀드이며, 독일 국채나 영국과 미국의 금리스와프(CMS) 금리 범위에 따라 상한 4~5% 대의 수익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의 손실 제한이 없어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이 DLF는 초고위험상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 등이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에 이 펀드를 8000억원 가까이 판매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80% 가까이가 50대 이상의 고객이다. 즉, 하나은행이 이 복잡한 파생상품의 대부분을 고령자 고객에게 판매한 셈이다.

KIKO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고위 관계자 ㄱ씨는 파생상품 투자를 경마에 비유해 "경마에서 항상 최하위를 기록하는 5번 말과 1등을 하는 1번 말이이 있는데, 이번에는 5번 말이 이례적으로 1등을 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5번 말에 배팅한 이들이 배당금을 받아갔고 항상 1등하던 말에 배팅한 이들이 돈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 등의 금리가 단기간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 이런 피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KIKO 공대위는 이번 DLS 사태로 피해를 본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기업판 DLS 사태를 유발한 KIKO(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 헷지를 위해 이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에 원금 손실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됐던 바 있다. 당시 사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이 단체가 결성됐다.

관계자 ㄱ씨는 "이 상품을 설계한 유경PSG자산운용 등 제조사들이 이 상품의 설명서 주석에 '금리상황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지만 하나은행 등이 이 사실을 숨기고 판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불완전판매가 아닌 명백한 '사기'라고 관계자는 표현했다. 

해당 상품 설명서 주석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유경PSG자산운용 측에 연락했다. 유경PSG자산운용 관계자는 "차후에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회신을 해오지 않았다. 본지는 이 회사에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다른 금융전문가는 ㄴ씨는 "해외의 금융기관에서 이 상품을 처음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금융사에서 이를테면 건축 설계도면을 들여와, 다소 변형해 이 상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한 회사에서 책임을 면하기 위한 목적에서 해당 상품의 주석에 '금리상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기적 판매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의 ㄱ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의 급여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증권사는 최소의 기본급여와 판매 인센티브(수당)가 급여로 나가는데, 은행은 그렇지 않다"며 "은행 직원이 해당 펀드를 대거 판매해야할 성과급 유인이 크지 않은데도 이정도로 대규모 판매된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경영진이 판매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반드시 이익을 본 집단이 있을텐데, 이들과 은행의 뒷거래 여부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검찰 수사로 명백히 밝혀질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KIKO 공대위 등 시민단체들은 이 사안과 관련해 현재 해당 상품의 만기에 이른 우리은행 등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놓은 상황이다. 이들은 곧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를 적용, 추가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

ㄱ 관계자는 "향후 검찰의 고발인 조사에서 이 '뒷거래' 의혹을 면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품 설명서 주석 내용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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