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후보자 사상 첫 대국민 해명 간담회…시간·주제 제한없이 진행
조국 후보자, 딸 논문·사모펀드 등 각종 의혹 부인
"만신창이 됐지만 해보겠다", "흙수저 청년들에게 미안", "할 일 하고 시민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와 딸 입시 특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의 형식을 빌어 입을 열었다.

여야가 의견 합치에 실패함에 따라 앞서 예정됐던 2~3일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청문회에 출석해 소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했지만, 더 기다릴 수 없고 어떤 형식으로라도 많은 의혹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간담회가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아닌 만큼 조 후보자 등이 자료를 제출해야할 의무가 없어, 이 회견을 통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수준의 질의가 이뤄졌다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철저히 규명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 역시 함께 나오고 있다.

2일 국회 본청 246호에서는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 등 150명이 자리를 채운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박주민 최고위원과 이해식 대변인, 박찬대 원내대변인 등이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지켜봤다.

조 후보자가 "시간도 주제도 제한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간담회는 '무제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간담회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시작된 '무제한' 형식의 간담회는 날을 넘겨 3일 오전 2시 16분에 끝났다.

장장 8시간 20분(500분, 오후 3시30분∼6시, 오후 7시∼8시40분, 오후 9시∼10시38분, 오후 11시12분∼3일 0시 28분, 오전 1시∼2시16분) 동안 열리는 중간에 4차례 휴식 시간이 있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사회를 봤으나 질문자를 지명하는 정도였고, 조 후보자와 기자들 사이에 직접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조 후보자 딸 논문과 입시 특혜 의혹 및 장학금 문제, 조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라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각종 의혹에는 '불법'은 없었음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딸 논문이나 사모펀드 투자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불법은 없었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또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 관련 논란에 "동생이 공사를 했는데 대금을 못 받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있었다"며 "그 뒤로 (동생이) 소송을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웅동학원 일은 제가 관여를 안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선 "유학 동안 주민등록을 영국으로 옮기지 않는다"며 아이들과 함께 영국으로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이후 "1998년 3월에 입국했다가 4월에 (영국으로) 갔다. 아이 둘은 부산 부모님께 맡겼다"고 정정했다.

조 후보자는 딸의 주민등록번호상 생년월일을 변경한 이유와 관련해선 "선친께서 고향에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유사한 질문이 계속 나오자 "제가 돌아가신 아버님께 물어보겠다. 제가 어떻게 답변을 해야 되느냐"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딸의 입학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 조 후보자는 "저희 아이가 당시에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누릴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딸 관련 언급을 하면서 "심야에 혼자 사는 딸아이 집 앞에서 남성 기자 둘이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냐. 저희 아이도…"라고 말한 뒤 수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여배우 스폰서' 의혹과 딸의 포르쉐 소유 의혹을 언급하면서는 양손을 좌우로 펴면서 "제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자는 특히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에 대해선 "이혼하면 관계를 딱 끊고 원수처럼 살아야 하나"라며 "제 동생도 자기 아들에게 너무 미안한데 안 보러 가야 하나. 이런 점을 좀 양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제 개인적 차원에서는 다 떠나고 싶다"며 "그러나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평생을 공적인 인간으로서 해온 것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고, 강남좌파로 불리는 것도 맞다"며 "제가 금수저라고 하더라도 제도를 좋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 시기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것으로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한 법질서 확립이 그것"이라며 "그런 역할이 끝나면 흙수저, 동수저 출신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 부치면 조용히 물러나겠다"며 "지금 시점에서 거취표명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는 발언에선 "염치와 간절함 항상 마음에 두겠다"며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받은 청년들을 보며 느낀 부끄러움 깊이 간직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인 신청과 자료제출권이 없는 기자간담회가 조 후보자의 의혹을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이에 홍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라서) 증인 채택은 불가능하고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며 "오늘 자리가 청문회보다 미흡하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기자간담회를 놓고 야권에서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반칙왕을 보았다. 편법왕을 보았다. 역시 뻔뻔함의 대명사였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장과 검찰 조사실에서 완전히 무너질 거짓과 선동의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관련 법령을 검토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모두를 권한 남용으로 고발하겠다"며 "피의자 신분인 조 후보자는 개인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수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 후보자의 해명 자리가 끝난 이후 청와대는 3일부터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남아를 순방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시한을 6일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가 다음주 초에는 임명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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