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창구 통해 '뻥튀기' 허수 매도 주문
한국거래소·한투증권, 증권거래시스템 '구멍' 도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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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실제보유물량보다 1000배가 넘어가는 유령채권의 매도 주문이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 허수 주문이 최종 체결되지 않았지만,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사례가 있음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한국투자증권뿐만아닌 한국거래소의 증권 거래 시스템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 300억원, 500억원어치에 대한 각각의 매도 주문이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 회사채의 총 발행액은 510억원으로 주문 매도 물량 합산 800억원은 총 발행액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이 사고는 공교롭게도 모든 종이 증권을 전산화하는 전자증권제도 시행 첫날 발생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바꾸면서 개발자가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설정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타사 대체 채권'이란 고객이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또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이 '뻥튀기' 유령채권 사고는 한 고객이 타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해당 채권 2000만원어치를 한투증권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금액이 1000배 늘어난 200억으로 입고돼, 한투증권에 이를 알리면서 확인됐다.

하지만 한투증권이 이 사고를 알고 조치하기 전 이미 1000배 부풀려진 채권 300억원과 500억원어치의 주문이 한투증권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나왔다. 이 주문도 사실상 3000만원과 5000만원어치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낸 매도 주문이었다.

한투증권은 개발자의 실수 탓으로 이 사고의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만약 한투증권이 이 사고를 알고 조치하기 전 부풀려진 금액의 채권 매도가 체결됐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이와 유사한 금융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시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을 주식배당으로 잘못 입력해, 발행주식의 30배가 넘어가는 유령주식이 직원들의 계좌로 입고됐다.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잘못 입고된 주식 500여만주를 즉시 매도해 직원들이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유진투자증권도 주식 병합된 사실을 전산에서 누락해 고객이 잘못된 수량의 매도주문이 실제 거래 체결로 이어져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사건을 계기로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까지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또 발생한 금융사고에 당국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시스템은 발행잔액(만기가 도래하기 전의 채권 잔액)을 넘어서는 주문을 거부하게 돼 있는데, 이번 주문은 발행잔액(510억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나뉘어 나와 주문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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