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제재 첫 사례…과징금 3.8억
공정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화그룹 본사(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 본사(사진-연합뉴스)

한화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기술 자료를 빼돌려 자사 태양광 제품을 개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번사건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요구해 받은 후 자체 개발·생산 한 행위를 제재한 첫 번째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30일 밝혔다.

사건 경위(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사건 경위(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화는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합의했으나 기술자료를 사용하고 이후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자체개발·생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는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태양관 스크린프린터는 일반 프린터가 잉크를 종이에 인쇄하듯 액(체)화된 금속가루를 실리콘 기판의 표면에 인쇄해 원하는 형태 및 두께로 회로선로를 형성시키는 장비다.

한화가 2011년 3월 하도급 업체와 태양광스크린프린터 제조를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하도급 업체는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 자료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는 2015년 11월 계약 해지시까지 스크린프린터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그런데 한화는 2014년 9월 26일 하도급업체로부터 마지막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고 하도급 업체에게는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불과 며칠후 자체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한화큐셀 독일 연구소에 자신들의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 메일의 원본 내용을 살펴보면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는 기존에 하도급 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할 계획임이 드러난다.

결국 한화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2015년 7월 하도급 업체와 유사한 스크린프린터 자체제작을 완료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하도급 업체와 한화의 스크린프린터장치는 다른 제조사들의 동작 방식과는 구별되는 차이를 공유하고 있어 한화가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자체개발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한 2012년 5월 한화가 요구한 부품목록이 표기된 소면의 세부 레이아웃 도면과 CAD파일이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정당하지 못한 요구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2011년 11월 하도급업체로부터 스크린프린터 메뉴얼자료를 요구하고, 2013년 9월 및 2014년 5월과 8월에 스크린프린터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파일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도 적발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한화에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유용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만약 기술 자료를 요구할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시정 명령했다. 또한 한화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 자료를 받아 자체개발에 활용한 이번 사건의 경우, 기술 자료를 비밀리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관련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한화와 하도급업체 각각 제조물 부품과 핵심 기술 특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유용여부 판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 조사시 수집한 디지털 자료를 통해 3600만 건 파일을 추출·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방대해 10차례나 사건관련 자료 선별과정을 거치기도 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정당하게 거래되는 환경이 우선 조성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대-중소기업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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