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책임 논란…정재호 "당국이 사실상 방조"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상장사 대주주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등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다 실명으로 전환한 건수가 2010년 이후로 60건을, 금액은 1조원(전환 당시 지분 가치)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금융실명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국내 대기업 재벌가 등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감독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상장사 주요 주주가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한 건수는 64건이고 전환 당시의 지분가액은 1조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자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된 사항을 집계한 것이다.

실명전환자 명단엔 이른바 '황제 보석'으로 논란이 됐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올 4월 실명전환·당시 지분가액 2525억원)을 비롯해 홍영돈 에스와이 회장(올 4월·248억원), 송병준 게임빌 대표(2016년 2월·279억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2015년 11월·1092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국세청에서 이같은 사실이 적발된 이후 실명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일부만이 자진 신고를 통해 주식을 실명전환했다. 자의 혹의 타의로 실명주식으로의 전환 여부와 관계 없이, 이들 모두는 금융실명법과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문제는 64건 중 단 한 건도 금융실명법에 의한 과징금 이상 제재가 부과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201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 이후 금융실명법상 소득세·증여세 과세 논란이 불거졌지만 다른 유사 사례들에 대해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국세청에 이들에 대한 증여세 등 조세 부과를 요청한 사례도 전무하고 관련된 행정 제재 역시 솜방망이에 가깝다"며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실명법과 관련해, 법제처가 지난해 2월 금융실명법이 도입된 1993년 8월 12일 이전에 개설된 계좌에 한해서만 차명주식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