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산은, 경영악화 중인 필리핀조선소에 보증 섰다 손실 본 책임 규명해야"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이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수주를 통해 받은 선수금에 들어준 보증에서 560여조원 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보증에 대한 담보로 잡은 기초자산의 가치보다 손실액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전체 지분의 92%를 가지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보증을 설 당시 은행 측이 이 담보 물건이 보증의 대가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보증 계약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 대한 RG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산은이 RG를 발급한 선박 4척의 보증액 1090억원과 관련해 561억원의 보증 손실이 발생했다.

RG란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수주를 받고 선수금을 미리 받은 후 파산 등의 사유로 선박을 최종적으로 선주에게 인도하지 못했을 때, 은행이 대신해 선주에게 선수금을 돌려주기로 약정한 보증서다. 만약 조선사의 선박 건조가 중단돼 계약이 파기되면, 발주처로부터 선수금환급요청(RG콜)이 들어오게 된다.

현재 필리핀 현지 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지난 2016년 조선업 위기가 시작된 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에 시달리다 RG 손실도 확실시 됐다.

산업은행 측은 RG 손실에 대해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서울 삼성동 정석빌딩)을 기초로 담보를 잡아 놓은 만큼, 향후 손실된 자금의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이 정석빌딩을 감정평가한 내용을 보면, 정석빌딩의 가치는 2016년 RG 발급이 진행될 당시 약 345억원 수준이다. 정 의원은 담보의 환가 가치가 산은 손실액인 561억 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즉, 산은은 RG를 발급할 당시 정석빌딩의 부동산 감정 결과가 345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정부의 조선사 금융지원책은 국내의 조선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 필리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필리핀 조선소에 보증을 섰다가 손실이 난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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