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수익성 예상보다 훨씬 낮아 인수가격 놓고 양측 갈등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 후 첫 시련을 맞았다.

취임 후 최대 성과로 내세운 LIG손해보험 인수가 가격 차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LIG손보 인수를 금융당국에서 승인받은 후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LIG그룹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곧 타결될 것 같았던 협상이 당국의 승인 후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난항을 겪고 있다. 관건은 인수 가격이다.

당초 KB금융은 LIG손보 지분 19.47%를 인수하는데 6850억원의 가격을 지불키로 했다. 문제는 KB가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간 후 LIG손보의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우선 LIG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가 크게 내려갔다.

지난해 6월 인수 확정 당시에 LIG 측이 내세웠던 순이익 예상치는 257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LIG는 그 절반 가량에 불과한 1370억원으로 예상치를 낮췄다. KB 측이 두배나 비싼 가격에 LIG를 샀다는 뜻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법인이다.

LIG는 미국 법인의 매출 증대를 위해 2012년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으나, 맨하튼 아파트 붕괴, 캘리포니아 아파트 화재 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3년 손실은 400억원, 지난해 손실은 무려 800억원에 육박한다.

KB 측은 당초 인수가격보다 10% 가량 깎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LIG 측은 거부했다.

LIG 관계자는 "KB 측에서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해 온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성립된 계약인 만큼 지금 와서 인수가격을 낮춰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양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KB 윤 회장의 입장도 곤란해졌다.

사실 LIG손보 인수는 윤 회장의 최대 업적이다. 반년이나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윤 회장의 취임 후 승인을 받아내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 큰 문제는 인수 후에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LIG손보를 금융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법상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므로 지분 10% 가량을 더 사들여야 한다.

건전성 제고와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도 추가 자금이 필요해 KB가 LIG에 쏟아 부을 돈은 인수가를 합쳐 총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LIG손보를 너무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는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LIG손보의 수익성을 크게 높이고,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며 "이는 '리딩뱅크'를 꿈꾸는 KB 윤 회장에게 있어 중대한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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