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사 속 '80년', 강제징용 시작하던 때
한국 버전에서만 '80년' 자막 기입…의도적이었나

일본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국내에서 방영을 시작한 광고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비꼬는 듯한 뉘앙스의 광고를 방영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받은 유니클로가 또다시 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 조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유니클로 광고(사진-유니클로 광고 캡처)
위안부 할머니 조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유니클로 광고(사진-유니클로 광고 캡처)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 15일부터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후리스 : LOVE&FLEECE편' 국내 CF 방영을 시작했다. 영상을 보면 13세의 패션 디자이너 소녀와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소녀는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질문을 한다. 이에 할머니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답하면서 광고가 마무리된다.

이 광고를 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광고 대사 속 '80년 전'은 1939년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탄압을 받던 시기와도 겹친다. 특히 당시는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시작했던 때다.

이에 광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조롱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위안부 할머니를 조롱하는 느낌이 든다", "유니클로 불매운동 끝까지 하겠다", "유니클로 절대 입지 않겠다" 등의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광고가 '위안부 조롱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버전에서만 '80년'이라는 자막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광고는 글로벌 버전과 일본 버전으로 제작됐다. 글로벌과 일본 버전 광고에서는 할머니의 대사가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을 하니"라고 직역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자막에 80년이라는 것을 사용한 부분에서 위안부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오랜시간이란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를 향한 국민들의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는 지난 7월 매출이 70%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할인 이벤트 등으로 판매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논란으로 소비자들은 끝까지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본지는 유니클로 측에 광고에 대해 문의를 하고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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