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절차 간소화 되면 병원 진료 영수증 등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 없어
의료계 "환자 정보 유출·보험사 특혜·병원에 부당한 의무 부담 우려"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에 대해 기존 신중 입장에서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보험금 청구 절차 간소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최종 국회를 통과하면, 보험 소비자들은 병원에서 진료 영수증 내역 등을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의 청구 절차 없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3000여만명의 국민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간 소액의 진료비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하는 국민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 통과 되면 보험 소비자가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도 실손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어 국민의 지갑이 조금더 두꺼워 질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보험사와 고객 이외의 제3의 기관인 병의원이 진료 내역 등 자료를 담당 기관에 제출하는 등의 부당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공개한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법안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기존 신중검토에서 동의 입장으로 변경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으로 실손보험금 청구시 영수증 및 진료비 내역서가 의료기관과 심평원 간에 구축된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최근까지도 실손보험 청구전산화를 담은 보험업법에 대해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개최 전날 동의 의견으로 입장을 바꿨다.

금융위는 "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검토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험금 청구 서류의 전송 위탁에 대해서는 "전적 동의" 의견과 함께 "다만 심평원에 위탁할 것인지, 별도의 중계기관을 설립할지는 복지부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계는 투쟁을 운운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과 수령의 관계에 있어 제3자인 병의원이 심평원에 진료 내역 등을 입력·전송하는 등 부당한 업무 의무를 지게된다는 것이다. 또 진료 정보 유출 등도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성명서를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정보취득 간소화를 위한 악법"이라며 "법안 저지를 위해 투쟁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의료기관으로부터 보험사가 원하는 환자의 건강과 질병 정보를 마음껏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수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보험사는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렇듯 겉으로는 국민의 편의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실손보험 적자로 흔들리는 보험업계를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부당하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의 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보험사가 요구하는 대로 제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개정안은 각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제3의 중개기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험사로 전달하게 했는데, 이는 결국 보험금 청구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하는 것이며, 심평원이나 중개기관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금융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7개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4월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즉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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