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하반기 KDI 경제전망' 발표·일문일답
내년 경제성장률 2.3%, 올해 2.0%로 낮춰

사진합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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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저점 근방에 도달해 있어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결제전망실장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대외 부문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5월에 예상한 저점 근방에 우리 경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KDI는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 한국 경제가 경기 순환 사이클의 저점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 지표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향후 경기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실장, 정규철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 5월 내놓은 경제 전망과 비교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내년 성장률은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이유는.

(김 실장) 2.4%에서 2.0%로 내린 것은 투자 부진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민간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낮아졌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대내적 요인보다는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이슈가 2·3분기에 크게 부각돼 성장세가 많이 약화했다.

그 같은 흐름이 5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불확실성이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전반적으로 (내년) 성장세가 2.5%에서 2.3%로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0.2%포인트 하향조정은 다른 국가의 성장률 하향조정 폭에 비해 작은 편인데 이는 내부에서의 설비투자가 올해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가 내년에 완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 올해 4분기에 성장률을 끌어올릴 변수가 있나.

(김 실장) 설비투자가 상반기에는 상당히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3분기 들어서 대폭 축소됐고 4분기에는 좀 더 많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기술적 반등이 4분기에 있을 것이며, 기업 시설 투자 관련 뉴스도 있고 정부 집행률도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년보다는 조금이라도 플러스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연간) 2.0% 만드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 내년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전망을 토대로 신흥국 중심으로 회복할 것을 전제로 했다. 그렇다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2.3%는 낙관적 평가인가.

(김 실장)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3.0%, 내년은 3.4%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워낙 성장률이 낮아진 상태라 미중 무역 분쟁이 악화만 되지 않는다면 3.0%에서 3.4%로 오르는 모멘텀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봤다.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완화되는 추세다. 이처럼 3.4%로 반등만 해준다면 제한된 범위지만 (한국 성장률도) 2.3%로 오르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 취업자 수 전망도 상향 조정했는데 근거는.

(김 실장) 올해 취업자 수를 20만명 후반, 내년을 20만명 초반으로 봤다. 올해는 기저효과가 조금 더 포함된 것이 있다. 내년은 정부의 일자리 예산 증가와 민간 측면 (증가를) 고려해서 20만명 초반까지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 내년에 건설투자가 3.1% 감소할 것으로 봤는데 건설투자를 살리겠다는 청와대 기조나 분양가 상한제 등 혼재 요인 속에서 상반기와 동일한 전망을 한 이유는.

(김 실장) 건설투자 가운데 건축 부문 비중이 3분의 2쯤 된다. (건축 부문은) 상반기에 전망했을 때와 크게 흐름이 다르지 않다. 토목 부문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2% 늘었지만, 중앙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작고 금액으로도 크지 않다. 토목 부문에서 예산이 늘면서 건축 부문 부진을 완충하겠지만, 금액으로 보면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 경제성장에서 민간부문 기여도가 낮아지는 원인은.

(김 실장) 단기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신흥국 성장세가 떨어지면 충격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긴 관점에서는 민간이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데 인적·물적 자원이 생산성 높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규제 등 막힌 부분이 있다. 생산요소가 자유로이 이동하는 것을 제약하고 민간 활력을 제약하는 상황이 상당 부분 지속하고 있다.

▲ 잠재성장률을 밑도는데 경기 개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나.

(김 실장) 올해 경제 성장률이 2.0%, 내년 2.3%를 가더라도 잠재성장률은 하회하는 상황이다. 제한적인 수준에서 아주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경기 사이클상 정상 상황아래 있더라도 서서히 올라오면 개선이라는 단어를 쓴다.

▲ 지난번 전망 당시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가 경기 저점일 것이라고 했는데 유효한가.

(김 실장)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 지표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외 부문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5월에 예상한 저점 근방에 우리 경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경기 부진이 심화하지 않을 것이다.

▲ 올해와 내년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는.

(김 실장) 올해는 2.0에서 정부 부분을 1% 초반으로 좀 더 크게 봤다. 내년은 정부 기여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민간이 좀 더 보태면서 (기여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전망했다.

▲ 금액으로 따지면 내년 GDP가 얼마나 늘어나나.

(김 실장) 내년엔 41조원 정도 늘어나는 그림이다.

▲ 통화정책과 관련해 향후 물가가 더 나빠질 때 관리하려면 금리를 올려둘 필요도 있는데 계속 완화적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정 연구위원) 통화정책은 수행하고 나면 (효과까지) 시차가 있다. 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쓰는 것이 맞을 것이고, 물가가 하락하면 반등시키기가 어렵다. 장기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면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좀 더 빨리 해소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 금리 인하 여력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몇번이나 가능하다고 보나. 금리 하한선을 0%로 보나.

(정 연구위원) 금리가 너무 낮으면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위험이 있으니 내리기 어렵다는 질문인 것 같다. 자본 유출입은 기준금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대외건전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리가 상당히 높았지만, 자본이 유출된 경험이 있다. 최근의 한국 대외건전성은 양호하다. 아직 금리는 상당히 인하 여력이 있다.

(김 실장)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으로 가자고 말했다. 6개월의 시계열로 볼 때 한 번은 더 내릴 수 있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명목 금리의 하한은 0%이며 충분히 인하 여력이 있다.

▲ 미중 간 관세 부과가 실현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한다고 봤는데, 내년 성장률에 중국발 경기 둔화를 어느 정도 산정했나.

(김 실장) 현재 예정된 관세 부과와 앞으로 예정된 관세 부과가 모두 실현됐을 때 최대 0.3%포인트라는 말이다. 상당 부분이 올해 시작됐고 앞으로 남아 있는 관세는 실제로 부과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0.34%포인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올해 반영돼 있고 앞으로 부과될 관세는 얼마 되지 않는다. 내년 성장률 낮추는 데 관세부과가 유의하게 크지는 않았다.

▲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도 내년 수출이 3.2% 증가한다고 본 근거는.

(김 실장)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올해는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라가는 원인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경기 개선과 투자에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져도 한국 수출이 3.2% 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과거와 비교하면 3.2%도 낮은 수준이다.

▲ 수출 물량만 늘어난다고 해서 개선세라고 볼 수 있나.

(김 실장) 물량 기준으로는 수출이 올해 1.0%, 내년에 3.2% 증가한다고 봤고 금액은 올해 마이너스(-) 10%에서 내년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그림을 그렸다. 유가가 올해보다 좀 더 낮고 석유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기저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 금액 기준으로 수출이 4% 정도의 증가율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 내년 투자나 수출이 증가하는데 근본 원인은 기저효과 아닌가.

(김 실장) 기저효과가 상당히 크다. 설비투자는 2년 연속 감소해서 내년에 8% 증가하더라도 레벨 수준에서는 2017∼2018년도 수준 회복을 못 한다. 레벨이 낮지만, 증가율 숫자가 높게 나오는 것은 상당 부분 기저효과다.

▲ 의무지출이 많이 늘어났는데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할까.

(김 실장) 내년이면 재정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는데 지출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의무지출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재량지출이 여전히 절반에 가깝고 그 가운데 조정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출이 급속히 늘어난 분야가 있을 것인데, 정책 의도에 정확히 쓰였는지,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단해보고 경직성 지출이든 의무지출이든 전환해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 4분기에 삼성전자가 12조원 투자를 하는 것이 연간 성장률이 기여하는 폭은.

(김 실장) 특정 기업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예정된 시설투자가 1∼3분기에 많이 집행되지 않아서 4분기에 상당 부분 집행하는 것으로 안다. 12조원 가운데 얼마가 국내, 얼마가 해외투자인지 알 수 없다. 건설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수입되는 부분도 있어서 계산할 수 없다. 모형상 추정 결과를 보면 상당 부분 설비투자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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