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제도권 정치 떠나 통일운동 매진"
김세연 "한국당 이제 수명 다해…해체해야"
정계, 한국당으로는 야권 통합 어려워…'새판' 짜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세연 자유한국당의원이 17일 연이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내놓았다. 

임 전 실장은 진보 진영의 86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현 정부 핵심 실세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김 의원 역시 3선에 성공한 중견 정치인으로 보수진영 내 개혁성향 강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두 중견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이 정계에 미칠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세대로의 좀 더 근본적인 세대교체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와도 맥락이 닿는다.

현재 보수진영이 통합 논의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까지 나와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틀이 아닌 아예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17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며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이같은 임 전 실장의 결정에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임 전 실장은 불출마 결정을 하며 청와대는 물론 당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운동 할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라며 "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통일운동에 전념하고 싶단 취지라고 들었다"며 "그것도 그것대로 장하고 훌륭한 뜻이고, 마저 들어보고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의 입장 표명은) 너무 갑작스럽다"며 "전혀 (관련한 의중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3선을 지낸 중견 정치인 김세연 한국당 의원도 불출마 선언을 했다. '민폐', '좀비' 같이 과격한 어휘까지 써가며 당에 대한 완전한 실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예 당을 없애고 새판을 짜기 위해 의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직언까지 했다.

그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받는다"며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면서 당을 이끌고 계신 점, 정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두 분이 앞장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미련 두지 말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의원들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에 대해 "이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거다. 비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급 1위다. 감수성이 없다. 공감 능력이 없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중진 용퇴',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며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야권 보수진영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정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당의 정치인이 당을 비판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당만으로는 보수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 3선씩이나 한 당의 중견 정치인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젊은 정치인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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