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주계 452석 중 388석 확보·친중계 80석 확보 그쳐
민주화 열망 강한 젊은 층 투표 참여 증가…현 정부 심판적 성격
행정장관 범민주계 인사 당선 확률 높아…장관 직선제 요구 거셀 전망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범민주 진영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환호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은 향후 시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전날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사진-연합뉴스)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범민주 진영 후보의 지지자들이 25일 환호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홍콩 범민주 진영은 향후 시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전날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사진-연합뉴스)

홍콩 시민의 민주화 외침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치뤄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예상대로 범민주파가 친중파를 크게 누르고 전국 구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간접선거로 선출되는 홍콩 행정 장관도 친중계 인사가 아닌 범민주계 인사가 당선될 확률이 높아졌다. 또 행정장관 직접선거 등 정치적 요구에도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자 모두 확정 발표한 25일 오후 RTHK 방송 등에 의하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무려 388석을 차지했다. 전체 의석의 85.8%를 거머줬다.

친중파 진영은 60석(13.3%)을 얻는데 그쳤다. 중도파는 4석을 가져갔다.

범민주 진영인 민주당이 99명의 후보를 내 91명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구의원 의석 기준 1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홍콩 내 친중파로 알려진 정당 중 가장 큰 세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민주건하협진연맹(민건련)은 181명의 후보를 냈지만 겨우 21명이 당선되는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현재 119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던 이 당은 이번 선거로 98석을 잃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홍콩 내 시민들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하면서 현 정부를 심판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 294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최종 투표율은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18~35세의 젊은 유권자 투표율이 12.3% 늘어 연령별로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역시 진보성향을 띄는 범민주계에 유리한 선거 판세가 짜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들도 귀국해 한표를 행사했을 정도로 젊은 층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 의지가 돋보였다.

자료-홍콩 공영 라디오텔레비전 방송 RTHK / 그래픽-연합뉴스
자료-홍콩 공영 라디오텔레비전 방송 RTHK / 그래픽-연합뉴스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함에 따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대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당장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승리를 거둔 32명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현재 경찰의 원천 봉쇄를 당하고 있는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민주계가 향후 행정장관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425명의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간접선거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한다. 홍콩 행정장관은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지난 2015년에는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친중파 진영이 선거인단 726명 확보하며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큰 어려움 없이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범민주계는 32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이 117명 선거인단을 모조리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행정 장관에 범민주계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시민들의 행정 장관 직접선거 등 정치개혁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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