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영업익 대폭 감소…이자비용 늘어 상환 여력 악화
한전, 전기요금 개편안 마련 보류…전기요금인상안 정부와 온도차

한국전력(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사진-연합뉴스)

국내 대기업 34곳이 돈 벌어서 이자조차 못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이자 비용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누적 이자가 1조 5000억에 달한다.

2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금융사 제외)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241개사의 3분기 누적 기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평균 5.0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01보다 4.9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올해 들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해 이자보상배율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익은 감소했지만 이자비용이 늘어 기업들의 이자상환 여력이 나빠진 것이다.

500대 기업 중 이자비용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전력(015760)으로 3분기 누적 이자로만 1조5378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5980억원) △포스코(5710억원) △삼성전자(5270억원) △(대한항공(4768억원) △두산(4504억원) △한국수력원자력(3892억원) △두산중공업(3786억원) △롯데쇼핑(3714억원) △한화(3458억원) 순이었다.

실적 '적신호' 한전, 정부 눈치에 전기요금 인상 보류

한전은 각종 특례할인에다 정부의 탈원전 등 정책비용 규모가 커지면서 2017년 이후 대규모 적자가 누적돼 왔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 손실은 2080억원으로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는 2017년 4분기 이후 매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는 928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한전은 특례할인 명목으로 1조1434억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 악재까지 겹쳤지만, 수입원인 전기요금은 고정돼 있어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달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 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며 "새로운 특례 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 시키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할인 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3월 대정부질문 당시 "2022년까지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없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을 일축했다.

이에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을 원치 않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새로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달 안에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오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이슈인 전기요금 인상을 본격 추진하기 부담스러워 미룬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번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전 김종갑 사장도  "정부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으니 충분히 협의해서 간극을 좁히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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