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에 반기 든 36곳 제약사, 집단소송 제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암의심 물질로 확인된 발사르탄을 함유한 약품을 판매한 제약사들에게 구상금을 요구하자, 이에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반기를 들고 나서는 이례적인 사태가 불거졌다. 

발사르탄 구상금을 두고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의 입장차이가 불거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발사르탄 구상금을 두고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의 입장차이가 불거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36개 제약사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기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해 말 발사르탄이 들어간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69개 제약사에 20억3000만원의 구상금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구상금이란 채무를 대신 변제한 자가 채무 당사자에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금액이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사태가 불거지면서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후 해당 물질이 함유된 의약품을 회수하는데 들어간 지용을 제약사에게 돌려받겠다는 취지로 구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구상금 징수율은 21.5%에 불과했다. 당시 69곳 중 26곳만 4억3600만원의 구상금을 납부했다.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45개 제약사 중 36곳은 건보공단이 청구한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판을 결정했다.

이에 집단소송에 나선 국내 제약사는 대원제약, 한국휴텍스제약, 한림제약, JW중외제약, 명문제약, 한국콜마, 아주약품 등 36곳이다.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의약품이 제조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었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발사르탄에서 암유발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제약사가 인지하지 못했으며, 당시 제조시험법과 생산 기준으로 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판매한 것은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구상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건보공단은 '제조물책임법 제3조'를 근거로 발사르탄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률 조항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발사르탄 이후 라니티딘, 니자티딘 제제에서도 NDMA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구상금 청구가 다른 제제로 번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