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치사해서 못하겠다" 마사회 고발 내용 유서 남긴채 숨져

한국마사회 경주 장면(사진-연합뉴스)
한국마사회 경주 장면(사진-연합뉴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지난달 29일 부산경마공원 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故문중원씨가 유서에 수기로 작성한 말이다.  

부산경마공원에서 15년간 기수로 활동한 기수 문중원(42)씨는 지난달 29일 새벽 5시 기숙사 옆 방 동료에 의해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문 씨는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한 뒤 원본과 복사본을 남겼다. 원본 뒤에는 수기로 "이거 내가 쓴 것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하거나 조작됐다고 할까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혀 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수기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 형한테 전해주라"고 적혀 있었다.

문 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마사회의 '부정경마' 와 '불공정 채용'에 대한 내용이 낱낱이 드러나 있었다. 

유서에는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고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고자 들어왔는데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며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고 비가 오던 태풍이 불던 안개가 가득 찬 날에도 말 위에 올라가야만 했다"고 그동안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토로가 담겨 있었다.

문 씨는 조교사의 부조리한 행위에 못 이겨 지난 2015년부터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으나 조교사의 일은 일체 할 수 없었다. 그는 마사회 측 고위 인사와 친분이 있어야 마방을 배정 받을 수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조교사는 말과 기수 마필관리사를 관리하며 동시에 경주를 분석하고 작전을 지시한다.

그는 "하루 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그러면서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다"며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라며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과정을 토로했다.

그는 말미에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는지...마사회는 선진경마를 외치는데 도대체 뭐가 선진경마일까"라며 "지금까지 힘들어서 나가고 죽어서 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정말 웃긴 곳이다 경마장이란 곳은...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 하겠다"고 자신의 마지막 심정을 쏟아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은 2006년 개장이후 지금까지 기수 4명, 마필 관리사 2명 간부 직원 1명 등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입장자료를 내고 '채용비리'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교사는 개별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음을 주장했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 하겠다"며 "합동 점검 등 내부 감사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시행하는 모든 경주를 취소했다.

마사회는 문 씨의 유서에 마방 임대와 관련해 유착 의혹이 있는 것으로 언급된 마사회 간부를 직위에서 해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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