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지배구조 현황 분석…'책임경영' 회피 심각
사외이사 늘었지만 이사회 기능 여전히 '미흡'

대기업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하지 않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총수일가가 그룹에서 경영권은 행사하면서도 '책임경영'은 회피하려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정창욱 기업집단정책과 과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정창욱 기업집단정책과 과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 9일 발표했다. 총수가 있는 49개 그룹 중 분석 대상 회사(1801개 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전체 17.8%(321개 사)에 불과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7.4%(133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분석 대상인 47개 집단을 보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지난해 21.7%에서 올해 17.9%로 3.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어 총수일가는 주력회사(41.7%), 지주회사(84.6%),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56.6%)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분석 대상 집단(21개)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015년부터 매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씨제이,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집단은 총수가 어떤 계열사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0개 집단은 총수 본인을 비롯해 일가 누구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총수일가가 이사등재를 회피하는 이유는 등기이사가 짊어지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등기이사는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자본충실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배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 이에 대한 배상을 책임져야 한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가 이사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지배력 행사하려는 경우가 있다"면서 "권한은 행사하되 이사와 관련한 책임 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분이 기저에 있는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사회 기능은 여전히 미흡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56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10명으로 전체 이사 중 5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에 이르지만 최근 1년 간(2018년 5월 1일 ~ 2019년 5월 15일) 이사회 안건(6,722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 되지 않은 안건은 24건(0.36%, 부결 3건, 기타 21건)에 불과했다.

특히 이사회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755건(11.2%)으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되었으며,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사회가 여전히 총수 등 대주주의 뜻에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드러나 정창욱 과장은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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